쪽방촌 풍경
낙엽이 땅에 붙어있다.
그 옆에 비둘기가 붙어있다.
그 옆에 ‘긴급통보’, ‘중요문서재중’ 우편물이 붙어있다.
틀렸다.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빗자루, 쓰레받기, 세숫대야, 비누, 샴푸, 우산이 벽에 붙어있다.
그 옆에 서울역 쪽방상담소에서 설치한 소화기가 붙어있다.
그 옆에 ‘국가유공자의 집’ 팻말이 붙어있다.
틀렸다. 국가유공자의 집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방이다.
보이지 않는 강이 있다.
강을 넘어 오면 모든 것이 바뀐다.
긴급하고 중요한 우편물은 쓰레기로 바뀌고 집은 방으로 바뀐다.
강 건너 사람들은 모른다.
집과 방의 차이가 무엇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