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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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서울역으로 해가 진다. 지는 해는 길었던 일주일간의 분주함을 서울역에 비추며 긴 그림자 무대를 만들고, 짧은 만남을 석양으로 물들여 주인공을 만들자 사랑이 시작된다. 그 사랑은 그림자가 되어 들리지 않는 대화를 시작한다. 서울역 건물 안 수백명 관객은 마음으로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지는 해는 조바심에 시계를 비춘다. 시계는 충실하여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찰칵거리며 디지털 숫자를 바꾼다. 이별의 시각이다. 지는 해는 돌아가야 할 시각이고, 열차는 출발해야 할 시각이다.
 사랑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인데, 서울역으로 지는 해는 열차처럼 기다릴 수가 없다. 사람에 앞서 열차가 떠날 것이고, 그다음 해가 지고, 비로소 사랑은 사람이 될 것이다. 서울역 긴 그림자는 사라질 것이고 일요일은 무대를 닫을 것이다. 서울역처럼.  글·사진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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