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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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사시던 한 분이 돌아가셨다. 평소에 건강하셨는데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인정 많은 분이셨다. 아픈 이웃을 위해 병문안을 가기도 하고, 옷을 사서 입히기도 했다. 음료수 인심도 좋으셨다. 시신기증 서약을 했지만 서약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되질 못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줄 가족이 없어 돌아가신지 12일 만에 무연고자로 장례를 치렀다. 쪽방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부의금을 모아 장례를 치르고 아쉬움을 달랬다. 주민들이 상주가 되었고, 주민들 손에 운구되어 마지막 길을 가셨다. 주민들은 부디 다음 세상에서는 가난하게 살지 않기를 눈물로 기원했다.
 
 작년 봄 나에게 부탁을 했다. “대장, 목련꽃 배경으로 나 사진 한 장 찍어주라.” 그 사진이 맘에 드셨는지 올 봄에도 부탁을 했다. “대장, 벚꽃 활짝 필 때 나 사진 한 장 찍어주라.” 뭐가 바빴는지 사진을 찍어 드리지 못했고, 벚꽃은 떨어지고 유난히 짧은 봄은 가 버렸다. 못내 아쉬워하셨다. “대장, 내가 벚꽃 필 때 사진 찍어달라 했는데….” 내년 봄에 꼭 찍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오지 않을 봄이 되어 버렸다.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그 분을 기억한다. 목련, 벚꽃 가득한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
 
 
 < 살아남은 자의 예의 >
 
 쪽방촌에서
 살아남은 자의 예의는
 언제 일지 모르지만
 가족 나타나 장례 치를 때까지
 가족 없어 무연고 처리될 때까지
 옷과 텔레비전과 냉장고와 밥솥과
 라면과 쌀과 물병과 담배와 약으로
 꽉 찬 주인 없는 한 평
 쪽방을 치우지 않는 것이고
 
 그 때까지
 밥과 국과 김치와 미역과 버섯으로
 플라스틱 식판 다섯 칸을 채우고
 밥 위에 숟가락 꼽고
 반찬 위에 젓가락 걸치고
 막걸리 한 잔, 물 한 잔 곁들여
 하루 한 번 문안하는 것이고
 
 그 때까지
 방문 열어 두어
 한 평 쉴 곳 없는 영혼
 방황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예의이다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kw10001.jpg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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