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월 >
긴 해는 아직도 뜨겁고
기다리는 소나기는 산을 넘지 못하고
맘 급한 농부는 콩밭 풀과 씨름을 해도
여주는 소쿠리에 눕고
옥수수는 모자에 안기고
고추는 모기장에 걸리고
마늘은 벽에 기대고
신발은 지붕에 올라도
콩은 아직 덜 여물고
들깨는 아직 향을 덜 머금고
벼는 아직 해를 덜 먹고
가지는 아직 덜 자줏빛이어도
간다
팔월은 간다
밀려서 간다
할머니 부채 바람에 밀려서
간다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