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31 - 몽파르나스 묘지
“파리에 가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죠?”
“몽파르나스 묘지요.”
“예? 거긴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데요?”
“사르트르요.”
사르트르(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 1905-1980)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이며 작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의 묘지가 보고 싶었다.
그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도 결국 한 줌의 흙이 되어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누워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Amor fati. 삶을 사랑하라.
다른 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며, 죽음과 삶의 경계는 무의미해 보였고, 사실 무경계다.
막상 물어물어 찾아간 몽파르나스묘지는 숙소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쩌면 먼 것처럼 느껴지는 죽음도 그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르트르를 만나고(?) 나니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도 만나고 싶었다.
실존주의 철학자보다는 어쩌면 자연주의 작가를 만나는 편이 내겐 어울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파상의 묘지번호는 62번이었다.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지인의 말에도 자신있게 지도를 더듬어 갔지만 결국, 그를 만나진 못했다.
아쉬움으로 남겨둔다는 것은 다시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파리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하늘은 왜 또 그리 맑은지…….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