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22 - 물매화
가을 초입이면 산야에 물매화가 피어난다.
물론, 지역에 따라 흔한 꽃이기도 하고, 귀한 꽃이기도 하지만 귀한 꽃 중 하나다.
‘매화’라는 이름은 얻기 쉽지 않다.
사군자 중 ‘매화’를 닮았을 뿐 아니라, 그 성품까지도 닮아서 겨우 얻은 이름이다.
꽃잎이 다섯 장에 줄기는 곧게 섰으며 하얀 꽃잎이 영락없이 매화를 닮았다.
물매화의 꽃말도 고결, 순결이라 하니 기품이나 품격이라는 꽃말을 가진 매화와 유사하다.
맨 처음 그의 존재를 알고 무척이나 만나고 싶었다.
몇몇 정보를 얻은 끝에 ‘물’ 자가 들어가니 습지나 계곡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처음 눈맞춤을 한 곳은 습지와는 거리가 먼 제주도의 오름이었다.
가을들판에서 만난 보랏빛 꽃향유 들판에 점점이 박힌 하얀 눈을 닮은 물매화라니…….
지금은 안타깝게도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들도 멀리 떠나가야 할 만큼 살만 하지 못한 환경이 되어버린 탓이다.
강원도 산중에서 길을 내기 위한 공사장 길가에서 굴착기 곁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물매화를 만났다.
그냥 두면 사라질 것이었기에 조심스레 캐서 근처 지인의 집에 심어 두었다.
그렇게 물매화는 그곳에서 몇 해 피고 지더니만, 올해는 피어나지 않았다.
이제 끝인가보다 싶었는데, 근처 작은 연못 바위틈에 물매화가 여기저기 피어있다.
고맙게도 퍼진 것이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