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마을은 이전보다 더욱더 쇠락해졌다.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이젠 떠난 사람보다 사는 이가 적다.
마을은 점점 슬럼화되어가고, 폐가도 하나 둘 늘어만 간다.
사람들이 더는 못 살겠다고 떠난 마을엔 사람 대신 다른 것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초록생명, 길고양이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들은 이곳이 개발되면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가야할 것이다.
지금보다는 변방이겠다.
그들의 삶이나 사람의 삶이나 가진 것 없어 힘없고 약하면 그저 변방을 맴돈다는 것이 닮았다.
그곳을 걷다 만난 현영자(80세) 할머니는 백사마을에서 50년을 살아온 분이다.
“젊은 적에는 무거운 짐을 이고도 이 던덕길을 펄쩍펄쩍 뛰어 올라왔어,
그런데 지금은 짐이 없어도 한 걸음에 올라가지 못해 이렇게 쉬고 있잖어.”
현영자 어르신의 손을 본다.
고운 손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손이다.
나랏님이나 권력 꽤나 쥐고 이 나라 좌지우지한다는 분들 이곳에서 하룻밤만 묵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러면 재개발에 대한 생각이 확 달라지지 않을까?
절대로? 맞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잘 보고 있습니다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