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귀갓길
두 달 정도 객지 일을 마치고 귀갓길에 올랐다. 군부대 일이라 그 두 달 동안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다 큰 뿔이 무거워 보였던 사슴들, 우리 차와 함께 달리던 고라니, 멧돼지 진흙 목욕탕과 크고 작은 말벌집들, 발밑 큰 뱀에 돋은 소름은 일에 몰두하던 내 몸을 의식하게 했다. 풀 밑에 있다 작업 중인 예초기에 오른쪽 앞다리를 잘린 개구리는 끝까지 숨으려고 그 낮은 잘린 풀 밑으로 기어들어갔으나 다 보였다. 그 모습에 잠시 작업이 되지 않았었다. 작업 스타일과 습관이 서로 다른 작업자들 간의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언성 높은 다툼에서는 동그래진 눈과 허옇게 도드라진 치아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안개 낀 가을 산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사진으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인생’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귀갓길이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