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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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새끼 고라니

 

풀베기작업 중에 큰 키의 풀숲을 만났다. 예초기 날을 아무래도 바닥에서 높이 띄워 작업하게 된다. 바닥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돌이라도 있으면 예초기 날이 휘어지거나 깨진다. 때문에 한번 돌에 부딪히게 되면 다음부터는 자기도 모르게 날을 높이 띄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돌에 대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큰 키의 풀숲은 한번 휘두름으로는 풀을 다 자르지 못해 위에서 아래로 두 번 세 번 휘두르게 한다. 이 덕분에 큰 키의 풀숲에 사는 새끼 고라니가 다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풀베기 작업자가 그렇게 가까이 갈 때까지 꼼짝 않고 있다가 예초기 날이 자기 머리 위로 지나가고 나서야 튀어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참 키 큰 풀들을 베고 있는데 갑자기 휘둘러진 예초기 날 아래서 새끼 고라니가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순간 멍한 채, 피하는 고라니를 바라봤다. 그런데 피한다는 것이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잘린 풀 더미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겁에 질렸는지 풀을 걷어내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들어서 세워 놨다. 조금 꾸물거리는가 싶더니 곧 뛰어서 저쪽 숲 쪽으로 사라졌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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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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