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가 리모델링하다
작년에 큰오색딱따구리 둥지를 발견하고
알을 품기 시작한 부화기에서 육추를 지나 숲으로 이소기까지를 다큐 형태로 촬영한 바 있다.
큰오색딱따구리 부부가 근 15일간 그 무더운 여름을 잘 넘기고 무사히 새끼 네 마리를 숲으로 이주시키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딱따구리 둥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올해도 다시 오색딱따구리의 귀향을 바라거나, 기대를 가졌다.
얼마 전 그 둥지를 살피던 중, 둥지로 삼았던 구멍 언저리에
새의 깃털이 묻어 있음을 발견하고 근접 촬영한 바 있다.
그 후 십여 일 지난 오늘 다시 살펴보다 참 신기한 모습을 목격했다.
동고비란 놈이 진흙을 잔뜩 입에 물고 와 작년에 오색딱따구리가 사용했던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목질이 연하다고는 하지만 오색딱따구리가 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 판 나무구멍 둥지를
이 동고비는 재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둥지 내부의 불순물을 청소하더니, 드나드는 입구를
진흙을 물어 나르며 자기 몸에 맞게 줄여나간다.
확대한 사진에서 보이듯 그 작은 부리로 입구를 얼마나 아름답고 견고하게, 그리고 또
완벽하고 튼튼하게 줄여나가던가. 그 작은 부리로 진흙을 발라가는 미장된 무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작년에 이 은수원사시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 네 마리를 키워낸 오색딱따구리. 육추에서 이소까지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했었다.
얼마전에 발견했다. 작년의 오색딱따구리 둥지 입구를 진흙으로 발라 자신의 몸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동고비. 그 작은 부리로 진흙을 물어 나르며 입구를 미장해간다. 진흙으로 좁혀진 입구에 너무나 아름다운 부리 자국이 선명하다.
어이쿠~ 진흙덩이를 잔뜩 물고 둥지로 왔다.
어디를 발라야 할까?
이제 머지 않아 한쌍의 동고비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교미와 포란을 거쳐 새끼를 기르는 육추에 들어갈 것이다. 전과정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석각 작가는
1958년생
건축을 전공했으며
퇴직해 지금은 건축설계 디자인을 하며
다인산업개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생태조류 사진을 즐겨 촬영합니다.
저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