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산성에서 ㅡ 겨울 준비
전주 남고산성 가는 길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는 모습들
문패에 이름까지 새겨놓은
왱이라는 개를 키우는 집에서도
나무들도 풀들도
산자락에 일궈놓은 밭에도
겨울의 시작이 느껴지고
초대 조계종 종정인
효봉스님이 물 공기 숲이 좋아서
삼경사라고 이름 붙인 절에선
경내에 있는 불상과 얼굴이 닮은 듯한
도우스님이 눈 오면 절에 오는
신도들 길 미끄러울까봐 걱정하고
효봉스님이 쓴 삼경사 현판 앞에는
도우스님이 잘 빚어 걸어놓은 메주들이
빗긴 햇빛 받으며 곱게 익어가고
나무들은 버릴 것 다 버리고
낙엽으로 이불 덮고
지는 해를 향해 의연하게 서 있고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면
겨울 지나고 봄이 오리니
봄이 오면 다시 만물이 소생하리니
찬바람 거세게 불어도 마음 넉넉한
겨울 준비를 마친 산성 가는 길
정석권 작가는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