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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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째 내려오는 일본 전통염색

 구루메카스리, 감색 바탕에 비백무늬

 

 

 전통염색가를 소개한 것은 하루미씨였다. ‘일본 전통염색을 하는 마츠에다(松枝)라는 분인데 구미가 당기지 않아? 가끔 식당에 오는 분이니까 소개해줄 수 있는데….’ 평소 내가 무얼 하는지 알고 있는 그녀의 호의였다. 시간을 내어 함께 그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녀도 처음이라 했다. 마츠에다 씨에게 들어 길 입구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감이 노랗게 익어가는 과수원을 지나 구불구불 시골길을 한참 거슬러 올라갔다. 야트막한 산기슭에 드문드문 집들도 지났다. 숲이 시작되는 곳까지 왔는데도 마츠에다라는 문패는 보이지 않았다.
 
 하루미씨는 전에도 지나는 길에 몇 번 들른 적은 있다고 했다. 특별히 볼 일도 없었고 그때마다 집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우리도 결국 지나가는 남자에게 물어봐야 했다. 그는 우리가 지나온 곳을 가리켰다. 오던 길을 다시 되짚어갔다. 숲이 시작되는 곳을 자세히 보니 스기나무 가지 사이로 ‘松枝’라고 쓴 작은 나무판이 눈에 띄었다.
 
 조금 더 올라갔다. 작은 주차공간에 ‘멧돼지와 살모사가 자주 출몰하니 주의하라’는 경고판이 걸려 있었다. 집은 위쪽 숲 속에 꼭꼭 숨어 있었다. 양지쪽 빨래대에는 짙푸른 염색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집을 알았으니 혼자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마츠에다씨를 만난 것은 세 번째 찾아간 날이었다. 그는 연기 나는 부엌에서 작업 중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밖으로 나왔다. 찾아오게 된 사정을 얘기하고 잠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물었다. 지금은 작업 중이라 어렵단다. 그는 다음에 전화하고 오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바쁜 시간을 피해 며칠 후쯤 전화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은 방문해도 괜찮으니 가능하면 찾아오라는 것이다. 오후로 시간을 잡았다. 오두막에서 자전거로 20분쯤 걸리는 곳이다. 네 번째 방문 끝에 겨우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집을 찾기 힘들었다고 했더니 일부러 간판을 세우지 않았단다. 수시로 방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일단 한번 걸러내는 방법이다. 하루미씨가 몇 번을 들렀다가도 그냥 돌아가게 된 건 그 방법이 잘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마츠에다 테츠야(松枝哲哉). 올해 쉰아홉이다. 부인 사요코씨와 함께 일본 전통염색인 구루메카스리(久留米絣) 전통 기능보유자다. 구루메카스리는 감색 바탕에 비백(飛白)무늬를 직조한 구루메지방의 무명 옷감이다. 200년 전 에도시대 후기에 이노우에 덴이라는 여성이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쪽 염색을 한 헌옷이 헤져서 무늬처럼 보이는 것에 이끌려 그 천을 풀어 봤다한다. 실에 반점이 생겨 흰 부분과 다른 부분이 나뉘는 것에 힌트를 얻은 것이다.
 
 구루메카스리 명문 마츠에다 가문은 5대 145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테츠야 씨는 할아버지 마츠에다 타마키(松枝玉記, 인간문화재)씨에게 염직기술을 이어받아 24세 때 중요 무형문화재 구루메카스리 기술전승자가 됐다. 왜 아버지 대는 끊겼느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염직으로는 도저히 먹고살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다른 일을 택했단다. 부인 사요코 씨는 다른 종류의 염직 공부를 하다가 1985년 테츠야 씨와의 결혼을 계기로 구루메가스리를 시작했다. 
 
 염직작가는 일반적으로 염색작가와 직조작가로 대별되는 게 보통이다. 짜인 천에 무늬를 염색하는 작가가 염색작가, 염색된 실로 무늬를 짜는 작가가 직조작가다. 그러나 염색과 직조는 단순히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유되는 부분이 많다. 마츠에다의 경우는 “염직작가”에 속한다. 직조를 고려해 무명실을 염색하고 베틀에 올려 짜나가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는 천의 디자인이 중시된다. 실 염색은 산업의 한 공정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일본의 염직작가는 원사염색도 창조의 중요한 과정으로 중시하고 있다. 마츠에다 부부가 다루는 구루메카스리는 쪽을 통한 식물염료 염색방법에 대한 고집스런 집념이 서려있다. 그 결과 할아버지의 일본적인 염색관을 자기의 작품세계로 발전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청출어람이다.
 
 구루메카스리는 제작과정이 무척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우선 원하는 문양을 디자인하여 모눈종이에 밑그림을 그린다. 그런 다음 문양에 필요한 무명실의 개수를 파악하여 경사(날실)와 위사(씨실)를 흰 무늬에 정확하게 맞춰 대마로 감아 쪽 염색을 한다. 염색된 씨실과 날실로 베틀에 걸고 한올 한올 직조하여 구루메카스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씨실과 날실의 염색되지 않은 위치를 딱 맞춰야 원하는 흰 문양이 나타나게 되므로 정확도가 생명이다. 
 
 날염 과정도 만만치 않다. 염료는 타데아이(蓼藍,タデアイ)라고 하는 일본 전통의 쪽 품종으로 만든다. 수거된 생엽 타데아이는 천 킬로 단위로 물을 뿌려서 발효시키는데 백일 정도 걸려서야 비로소 발효가 끝난다. 이 작업과정은 아이시(藍師)라고 하는 전문가 영역이다. 이렇게 해서 건조한 것을 스쿠모라 하는데 생엽에서 1/5 정도로 줄어든다.
 
 스쿠모 30킬로 정도를 카메라고 하는 항아리 안에 넣고 물과 화산재를 넣어 다시 발효시킨다. 발효과정은 지극정성 그 자체다. 여름에 잘못되면 3일 만에 썩기도 한다. 겨울에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염료를 버린다. 아름다운 남색을 얻기 위해서 거품과 맛을 확인해가며 발효의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한순간도 염료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온 정성을 다 쏟아야 얻어지는 귀한 염료다. 완성된 염료는 준비된 무명실을 물들이는데 쓰인다. 남색의 농담은 재료를 염료에 담갔다가 꺼내서 짜고 두드리는 날염과정의 횟수로 조절한다. 진한 남색의 경우는 60~70번 과정을 반복해서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가 수공예품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루메카스리로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일용품이 있으나 기모노용 옷감이 가장 많다. 옷감 한 벌 짜려면 디자인부터 염색, 직조까지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때로 이불을 짜기도 한다. 이불의 경우는 한 가족이 나서도 반년 넘게 걸린다. 예전에는 시집가는 딸의 특별한 혼수 품목이었다. 
 
 마츠에다 부부가 만드는 구루메카스리에는 오랫동안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기계화된 시대에 수제염색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그 지혜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어렵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하는 일이 반드시 가치있는 일이라 믿는다. 기모노가 양복에 밀려 사라지는 시대. 전통염색을 찾는 사람이 없어 구루메카스리가 언제까지 보존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일본 전통염색을 이어가고 있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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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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