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1954년 6월 4일 영화배우 정윤희와 같은 날 태어난 - 그는 항상 그것을 재미있어 했다. - 그가 지난 6월 17일 외로운 삶을 마감했다. 2년이 넘는 병원생활과 3개월이 넘는 중환자실 입원 중에 그를 면회한 사람은 없다. 10년 넘게 지낸 쪽방촌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늘 혼자였다.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병원을 가도 혼자였던 그는 돈보다 사람을 그리워했고,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목말라 했다. 가출, 노숙, 쪽방, 병원이 그의 삶 전부였다. 누구의 위로도 받아 보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 길에서도 혼자였다. 빈소도, 장례절차도 없이 갔다. 충분히 외로웠고 넘치도록 가난했으며,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으니, 이제는 천국이 그의 것이라 믿는다. 짧은 글로 그의 묘비를 대신한다.
 
 
< 따뜻한 말 한 마디 >
 
오 년 전 한여름 날
어두운 쪽방 복도에서
검은 선글라스와 붉은
겨울 외투를 입은 그가
처음으로 건넨 말은
사진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육십 평생 지독히도
가난했던 그가
가장 그리워했던 것은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
 
국민학교 5학년 어느 날
논바닥에 가방을
팽개친 것을 아무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공사판을 전전하다
알코올중독이 된 것을
그도 시간이 지나서 알았다
 
노숙 시절
역전에서 마주친 형은
아는 체하지도 않았다

고향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온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한 평 쪽방에서 날달걀과 간장으로
혼자 밥과 술을 먹어도
아무도 그가 있는지 몰랐다
 
정신병원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몇 달 동안 있어도
아무도 면회하지 않았다

꿈에도 그리던
따뜻한 말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그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주검이
되었다
 
환자복이 수의가 된 그가
병원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면회 와 달라는 것이었다
 
19540604-20150617 노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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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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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직장인이다.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한지 10년 정도 되었다.

몇 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쪽방촌 작업을 5년째 진행 중이고, 기독교 수도원 작업은 8년 정도 되었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의 첫 구절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본 것’을 나의 느낌으로 보여 주고자 함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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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광

2015.06.24 16:11:43

사진으로나마  위안이 되었길 바랍니다.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salim40

2015.06.26 09:01:22

외롭게 사셨는데 가실 때도 외로워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사진으로나마 추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skywalker21

2015.06.25 15:27:18

부디 평안하소서 그곳에선 아프지 않을 것이니, 늘 웃음과 기쁨이 넘칠 것이니, 부디 안심하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h

salim40

2015.06.26 09:03:49

참 마음씨 좋은 분이었습니다. 욕심도 없고...

그런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분의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 되었네요...

사진으로나마 오래 기억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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