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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의 여시아견 2019년 15회차 >

53세 고영태, 그가 갔다


그가 갔다. 지난 4월 23일, 살던 쪽방에서 숨진 지 이틀 만에 발견되었다. 지난 5년 간 주말마다 만나며 친구로 지내왔다. 착했다. 순박했다. 좀 어려운 일이 생기면 ‘까짓 거 대충 살면 되지요’라고 말했다. 가난했지만 가난마저도 나눌 줄 알았다. 어느 추석 명절에 나에게 미안하다며 콩기름 한 박스를 선물했었다.
경찰이 확인한 그의 전화에서 연락 가능한 번호는 나의 것이 유일했다. 내가 일이 있어 가지 못하면 궁금해서 나에게 전화를 했었다. 어쩌다 한 번씩 통화한 것이었는데...
나의 전화기에 그의 번호가 남아있고, 네비게이션에 그의 주소가 남아있다.
연락 가능한 유일한 전화번호...
53세. 고영태.
그의 이야기를 기록해 둔 몇 개의 메모로 그를 기억한다.

 

그는 쪽방에 산다.폐지 모아서 하루 만 원 남짓 벌었다. 천원은 저축하고 4천원으로 담배 한 갑 사고 나머지 돈으로 산다.

"하루 천 원씩은 꼭 저축해요. 이십 만원 가량 모았어요. "좁은 쪽방에서 선풍기도 없이 더운 여름을 보내다가 중고 선풍기 2대를 주워왔다. 좋은 선풍기는 다른 사람 주고 바람 새는 선풍기를 끌어 안고 땀을 흘린다. "선풍기 괜히 줬나봐요. 그래도 괜찮아요. "10킬로 짜리 쌀 한 봉지를 어려운 사람 주라고 기부했다. 남은 쌀이 하나도 없다. "괜찮아요. 라면 대여섯 개는 있어요."어떤 목사가 폐지에 보태라고 준 성경책 한 박스를 다른 목사에게 기부하고 2000원 받았다. 담배 세 개피 900원에 사고 천 원은 헌금했다. "양심상 성경책은 못 팔아 먹겠더라구요."

 

▶▶
.어제 폐지 팔아 13000원 받아서 3000원 다른 사람주고건물 청소해 주고 수고비로 20000원 받았다. 오늘 교회에 헌금 10000원하고 어려운 사람 돕는다 해서 20000원 더 냈다. 나도 양심이 있다. 그리고 짜장면 짬뽕 35500원 어치 샀다. 나는 쓸 때는 쓰는 사람이다. 나는 거지 깽깽이가 아니다. 오늘은 내가 산다고 했다. 돈 십만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루 이만원도 못 버는데...죽을 때 싸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나는 안개꽃을 좋아한다. 술 먹으면 꽃을 샀다. 지금은 줄 사람이 없어서 안 산다. 토마토와 고추 사서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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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갔다가6천 원 짜리 돼지국밥여섯 명에게 샀다. 공기밥 두 개추가해서 3만 8천원 썼다. 나보다 못한 사람 도와주라고 헌금도 만 원 했다. 4만 8천 원 썼다. 폐지 모아 하루 만 원 버는 나한테는 거금이다. 나는 입만 갖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베풀면서 살고 싶다. 같이 더불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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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더라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다. 나는 거지가 아니다. 추우면 옷 하나 더 입으면 된다. 고철 1키로에 50원 종이박스 1키로에 70원 구리 1키로에 3000원 소주병 한개에 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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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먹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사주면 사줬지 얻어먹지 않는다. 막걸리 한 잔 안 얻어 먹는다. 담배를 달라하면 준다. 폐지 한 수레 가득해도 만 원도 못 받는데 그런데도 담배를 주다보면 하루 두 갑이 나간다. 오늘 헌금 만 원했다. 나는 거지가 아니다.” (2016년 2월)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kw10001.jpg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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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라

2019.05.09 13:59:19

<p>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nbsp;</p>

salim40

2019.05.14 21:50:28

고맙습니다..

antino6974

2019.05.10 21:53: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원 작가님의 애정과 애도의 마음을 사진을 통해

진솔하게 느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의 힘과 존재 이유를 배웁니다.

 

정진하시길 ~~~!!!

salim40

2019.05.14 21:51:28

고맙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진,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호

2019.05.28 20:09:24

삼가 고 고영태님의 명복을 빕니다

김원 작가님께 감히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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