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바위에서 ㅡ 2020년 새해
전주 근교 한벽루 옆 터널 지나 중바위산은
승암사란 절이 있어 승암산이라고도 하고
천주교 묘지가 있어 치명자산이라고도 하고
그리고 바람 쐬는 길이라 이름 붙인
가파른 골목길 계단 따라 올라가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에
암자 기도원 교회 점집
현실과 꿈이 어지럽게 뒤섞이는 듯
앙상하고 힘찬 겨울나무들
성모마리아상 예수상 부처상 부도탑
교회 십자가 점집 깃발 모두
저 높은 곳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고
그러나 저 높은 곳을 올라가려면
미끄러운 오르막길 가파른 계단
사나운 개 조심 안전제일
벽에 기대지 마시오
경고 경고
2020년 새해
미세먼지 자욱한 도시 넘어
서산 뉘엿뉘엿 지는 해는
화려한 희망도 비관적인 절망도 아닌
그저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위로와
소박하고 조용한 오늘 저녁의 휴식을
소곤거리고....
정석권 작가는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