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y, 김용태, 중전, 김희석, 최인기님 수작
팍팍하게 살다보면 땀과 눈물에 어쩌다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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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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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cky-고된 삶

 

1월치 미션의 테마는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였습니다. 다섯 분을 골랐고 지면엔 두 분을 소개합니다. 다섯 분 모두에게 동녘에서 제공하는 신간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한 권씩을 보내드립니다. 다섯 분의 명단입니다. (김용태님-소녀, 김희석님-가리어진 길, 최인기님-가난, 중전님-정직한 밥, checky님-고된 삶) 이 중에서 지면에 소개하는 두 분은 김용태님과 checky님 두 분입니다.

사진 심사를 몇 차례 해본 적이 있었고 그 중에는 테마가 있는 심사도 포함되어있습니다만 이번처럼 어떤 시를 테마로 제시했던 사례는 없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래서 까다롭게 사진을 골랐다는 것입니다. 시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사진과 연결하는 것이 그 다음이 아니겠습니까? 눈으로만 시를 읽을 것이 아니다 싶어 낭송 파일을 구했습니다. 처음엔 참가자들의 사진 없이 눈과 귀로만 시를 감상했습니다. 자꾸 졸음이 와서 혼났습니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와서 이번에는 낭송을 들으면서 사진 연속보기를 했습니다.
  

사진 자체의 완성도도 고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푸시킨의 ‘삶’에 해당하지 않는 사진이란 것이 있을까?”였습니다. 다 어울렸습니다. 사진을 보내신 분들이 그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반증입니다. 심사란 게 늘 그렇기 때문에 골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를 듣고 시어를 끄집어내고 시상을 떠올리고 사진의 주요소와 비교해보는 작업을 여러 번 했습니다.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시라서 중요한 시어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삶, 속이다, 슬픈 날, 견디다, 미래, 우울, 그리움, 절망 등의 낱말이 쭉 이어지다가 기쁨, 미래 등이 나와 반전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다시 현재는 슬픈 법”이 나타납니다.

한 장짜리 사진으로 이런 시상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 열 장 정도가 되는 포토에세이라면 여유있게 시도해볼 만하다고 봅니다만 어쨌든 이번 미션은 한 장이니 한 장으로 완성도를 추구한 사진을 추렸습니다. 한두 개의 시상만 담고 있어도 좋았다는 결론입니다. 테마와 무관하게 사진 자체의 완성도(구성, 빛 등)도 고려했습니다.
 

포토에세이 만들어도 될 듯
 
몸의 두 배만큼이나 되는 손수레를 끌고 오른쪽에 보이는 고물상 앞에 막 도착한 이 사내는 이제 막 고된 하루 벌이를 끝내려는 참인가 봅니다. 폐지와 빈 통을 팔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보다는 소재와 어울리지 않는 경쾌함이 번져나왔습니다. 파란색 모자와 감색 고무신, 왼쪽 위의 파란 신호등이 그 분위기를 끌어냈습니다. 바퀴를 꼭짓점 삼아 아스팔트 위에 버티고선 평행사변형이 사진을 지배합니다.

고단한 삶이지만, 또 작은 액수지만 하루 노동의 대가를 받을 터이고 수레를 끌던 허리를 쫙 펴주는 소박한 스트레칭이 있으니 희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는 슬픈 법”입니다. 왼쪽의 공간에 고급 승용차라도 한 대 있어 이 사람의 노동과 비교가 된다면 내용이나 형식에서 푸시킨의 삶을 훨씬 더 친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 올라왔던 ‘노부부의 아침바다’도 ‘삶’에 어울리는 멋진 사진입니다. checky님 혼자서 10장 정도로 이 시와 어울리는 포토에세이를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시도해보십시오.
 

겹겹의 시루떡 구성 눈길 끌어
 
사진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함께 올렸던 ‘휴일’이 더 보기 좋습니다만 ‘삶’과 어울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연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녀’는 설명이 용이한 사진입니다. 기다림이 있고 기다리는 방향이 막혀 있어 우울합니다. 겹겹이 쌓아나가는 가로의 시루떡구성으로 시선을 끕니다. 맨 위층의 나무들과 그 아래층의 울타리가 서로 화답합니다. 물이끼 잔뜩 끼어 있는 바위는 다소 튀지만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덴 지장이 없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다 있습니다. 푸시킨은 시에서 “현재는 슬픈 것, (그렇지만)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라고 했습니다. 테마를 잘 이해한 좋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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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전-정직한밥

 

정직한 땀에는 늘 희망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구절의 ‘삶’은 힘든 삶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 조건이기도 하며 또 동시에 자신도 포함되어있는 삶입니다. 인간은, 특히 현대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외부조건이 자신을 규정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스스로는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나 어쩔 도리 없이 둘레 안에서 태어나고 인생을 마감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태어나면서 재벌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평생 열심히 일해도 자기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합니다. 집, 승용차, 해외여행이 인생의 절대기준은 아니라고 해도 삶을 여유 있게 혹은 고단하게 만드는 원인임엔 틀림없습니다.
 중전님은 이 시를 해석함에 있어 삶을 밥으로 연결시켰습니다. 시장 한편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이 상인은 정직한 밥을 먹고 있습니다. 삶이 누군가를 속일지라도, 그리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일지라도 정직한 땀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늘 희망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 슬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정직한 땀과 밥이 재물의 많고 적음보다 더 인생의 기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잔잔한 사진입니다. 더 가까이 들어갔다면 흐름이 깨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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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가난

 

 

 

길에서 혼자서 먹는 밥 한 끼

 

푸시킨의 테마 삶을 찍어보자는 이번 미션에서 유난히 밥을 먹는 사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 시대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 아니고 사진에 찍힌 대상이 가난하지만 이는 그대로 사진 찍는 사람의 심정입니다. 가난, 어려움, 고단함이 자꾸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것은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음에 그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최인기님이 가난하다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이 가는 대상을 찍습니다.

어떤 이가 나무 옆에 앉아 밥을 먹는데 비둘기들이 옆에서 식사를 합니다. 나뭇잎 덕분에 햇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얼룩덜룩한 배경이 펼쳐졌습니다. 길에서, 그것도 혼자서 먹는 밥 한 끼의 의미가 가볍지는 않습니다. “무거워보인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묘사입니다만 비둘기가 있고 비둘기를 쫓아낼 생각도 없는 이 봄날의 점심 한 끼는 최소한 심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부자나 빈자나 모두 한 끼의 점심을 먹습니다. 식단의 차이가 있겠으나 밥의 의미엔 차이가 없습니다. 푸시킨을 멋지게 사진으로 옮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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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석-가리워진길

 

전체의 줄거리를 한 컷에

 

푸시킨을 사진으로 옮길 때(혹은 해석할 때) 필연적으로 사람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었습니다. 김희석님은 한 명의 사람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시를 잘 읽어냈습니다. 아래로 길이 보이는데 그 위로 두꺼운 구름이 덮여있어 어찌할 수 없는 그늘을 만들어냅니다. 구름 위로 저 멀리에선 아름다운 빛이 희망을 보여줍니다.

푸시킨의 시에서 한 두 시어만 끌어내어 해석한 것이 아니고 전체의 줄거리를 한 컷에 보여주는 사진이라서 좋았습니다. 사진 한 장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은 그림 한 장을 그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만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특정 테마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 사진 찍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테마가 있어서 사진은 더욱 가치가 빛납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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