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 산책을 두 곳으로 이어서 하게 되었다.
회색 오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늦은 오후라도 나가봐야 한다.
겨우내 봄 동안 어울려 살던 나무그늘에는 어느 오리도 없다.
다친 늙은 오리는 겨울에 죽었고
얼마 전에 보이던 검정 오리는 요즘 보이지 않는다.
오리 어느 놈 아무도 잘 오지 않는
효자촌 쪽 들어오는 초입에 혼자 와서 회색 오리가 기다리고 있다.
동글동글 고양이 사료는 좋아하질 않는다.
크레카를 더 좋아한다.
또 더 좋아하는 먹이도 있을라나? 채소나 풀잎 수초 같은 것...
오리에게 크레카 부수어 주고 먹는 것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좀 멀리 인사동으로 나갔다.
버스는 조계사 앞 정류장에서 나를 내려준다.
조계사 둘러보고 인사동 둘러 보고 또 밤 깊어가는 조계사 둘러보고
느끼고 사진 찍고
둘러본 사진 어찌 다 올릴 수 있겠는가.
1. 분당천 공원 오리
이 오리는 가려운 데가 많다
땡볕이 뜨거워서 그늘 쪽으로 숨는다
폼을 잡으면 으젓하다
친구들과 더러져 혼자서 기다린다
크레카를 주고 내일로 이어지는 친교를 과시한다
2. 인사동 조계사
조계사 너무 자주 기지는 않지만
갔을 때
여러 번 보게 되는 두 사람
법당으로 들어가 절하진 않고
뜰 위에서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두 사람
두 사람이 찍혀 있는
별로 눈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 두 사람이 있는
서성거리는 사진을 골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