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진마을 명예기자 8명의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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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안세영(39·서울 광명시 철산동)씨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본 시위는 올해 5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하나씩 소개해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는 취지로 시작됐다.

안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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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병원 간호사였던 그는 지금은 휴직 상태다.

지난해 6월, 딸 나래가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을 보이자 곧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나래는 급성 간질 폐렴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같은 증상의 아이들 대부분이 공통된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사례는 총 174건.

그 중 52명이 사망했다.

나래와 같은 영유아 사망이 전체의 56%로 가장 많다.

 

안씨는 2010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동절기마다 청결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그가 사용했던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제품용기에는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 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사용했던 것이 오히려 살인제품이 되어 돌아오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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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병원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생명이 달린 문제였기에 모든 생활은 아이의 건강 중심이 됐다.

안씨 가족은 오염된 환경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경기도 광명시의 변두리 동네로 이사를 했다.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간과는 달리

안씨의 아파트 바로 뒤에는 도덕산이 있어 좀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생활도 달라졌다.

좀 더 비싸긴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 구매하게 됐다.

이제 화학물질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제품은 믿을 수 없었다.

 

물론 더 이상 가습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방 안 습도 조절을 위해 식물과 숯을 두었다.

젖은 빨래물도 섬유유연제 내 화학물질이 걱정되어 안방에는 널어두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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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래의 경우 조기진단을 받아 많이 건강해진 상태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몸이 아파 한 달의 반 이상을 결석했다.

하지만 8월이 된 지금은 휴가를 갔던 2일을 제외하곤 모두 출석했다.

 

나래가 다니는 '구름산 산행학교'는 매주 두 번 구름산 산행을 한다.

또한 생활협동조합이나 유기농 매장을 이용해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나래는 이곳에 온 후로 자연과 친숙해지면서 몸도 더 건강해졌고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논다.

하지만 나래는 아직까지도 달리기를 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숨을 더 헐떡거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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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외동딸을 잃어버릴 뻔한 안씨 부부.

안씨의 남편 강찬호씨는 작년 사건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를 잃은 다른 부모들을 보면 미안함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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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나오는 강씨를 본 나래는 "아빠가 나 감기 걸려서 TV에 나오는 거야? 내가 아픈 거 때문에 저기 있는거야?"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안씨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제품에 허위기재 한 기업에 원망스런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잘못된 제품을 구매해 아이의 건강을 해쳤다는 죄책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는 이렇게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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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건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만 해 놓고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뒀다. 피해자들은 거대기업을 상대로 개별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런 제품들이 어디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릅니다."  안씨 부부는 가습기살균제문제를 계기로 화학물질 제품 전반에 대한 더욱 철저하고 세심한 정부의 관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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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학생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겼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포토스토리에 해당한다. 상세한 기사는 위 스토리의 사진 사이 사이에 잘 소개되어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가습제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안세영씨 가족의 이야기다. 살균제 사용은 2010년 2월부터였고 발병이 난 것은 2011년 6월이며 사진 작업은 최근의 것들이다. 이런 내용의 포토스토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실제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지나버렸다는 점이다. 제대로 하려고 들면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록했어야 한다. 치료과정,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차츰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 등이 보여졌으면 완벽한 포토스토리가 될 수 있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런 사례를 또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1~2년 정도 장기간 따라 잡으면 아주 훌륭한 이슈 파이팅이 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뜨거운 감자다. 학생의 신분으로 기록하기엔 다소 버거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가 높은 내용이다.

 

스토리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 사진은 어머니인 안세영씨가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장면이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어떤 내용이란 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오랜 기간 촬영한 내용이 아니므로 사진의 외형적 면에서 반복을 피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아이가 차츰 건강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의 여러 모습들이다. 친환경 유기농 매장 사진은 유용한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3번 사진은 유치원버스가 보이고 다른 아이들도 같이 보인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 다음엔 다소 반복적이긴 하지만 귀여운 주인공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어 좋았다.  4번에서는 공책으로 5번에선 물병으로 얼굴의 일부를 가려주면서 반복을 피했다. 공책과 물병도 전체 이야기의 맥락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사진 촬영 작업을 오래전부터 못했기 때문에 과거 시점의 사진이 없을때는 과거의 자료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앨범, 달력, 상장, 기념사진, 편지, 포스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래된 흔적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줄 수 있다. 6번과 8번이 이에 해당한다.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사진은 아이 아빠의 1인시위로 결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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