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 여행을 가장 많이 다닐 수 있을 때가 바로 대학 시절이 아닐까요?
월 화 수 목 금. 하루에 만원씩 모아서 토요일에 경북 영덕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해맞이 공원에 있는 '창포말 등대'입니다.
대게의 고장 다운 등대의 모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끼니부터 해결했습니다.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더 맛있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식사 후 괴시 마을을 지나 블루로드로 진입합니다.
대진해수욕장 부근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의자의 무게를 재고 있으셨는데, 무슨 의도에서 였을까요
한 아이는 덩치에 맞지 않은 4륜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한정된 예산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비교적 저렴하고 칼로리가 높은 초코바는 도보 여행에 있어 필수죠
블루로드를 걷다보면 볼 수 있는 스탬프입니다. 이 스탬프 5개를 모두 모으면 영덕군에서 주는 블루로드 완주메달을 받을 수 있죠
블루로드의 종착지인 고래불해수욕장 앞 조형물입니다.
여행을 마치기 위해 피곤한 몸이지만 또다시 찜질방까지 걸어가야합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여행을 쉽게 떠나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의 매력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5만원권 한장을 손에 쥐고 잠시 일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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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진의 스토리는 <5만원여행>입니다. 그의 주장대로 인생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떠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대학생 시절이라는데 일부 동의합니다. 일부라고 하는 것은 요즘 대학생들의 처지가 만만치 않게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겐 여행이라는 게 호사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5만원여행>은 신선한 접근입니다. 옥동진 학생의 말처럼 하루에 1만원씩 5일 동안 5만원을 만들어 토요일에 길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업은 아닐 것입니다. 대학생의 나이때 여행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입니다. 물론 세상이 흉흉하니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사회적 보완장치가 더 강화되어야겠습니다. 옥동진 학생의 출발지는 늘 그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도시인 대구입니다. 5만원이라는 돈이 절대 크지 않은 이유는 바로 교통비에 있습니다. 까짓 자전거를 타면 교통비를 아낀다고 하겠지만 젊은이들에게 돈 만큼 부족한 것이 시간이니 월화수목금 학업에 시달리다 기껏 토요일과 일요일, 1박2일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조금 멀리라도 가려 들면 최소한 버스를 타야합니다. 교통비가 절반을 차지하는군요. 젊으니까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정도야 고생이라고 할 수 없겠죠. 밥값을 내고 나면 그 외엔 아이스크림 하나도 호사스러울 것 같습니다.
첫 사진에 대해서 이야길 좀 나눴습니다. 본인이 손수 버스표를 손에 들고 찍은 셀카 정도입니다. 쿠델카가 소련군의 탱크침공을 앞두고 비장에 차서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진을 기억하시는 분은 알 것입니다. 5만원 여행 경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버스표를 들고 있는 여행자는 비장합니다. 여행사진은 다큐멘터리의 본질입니다. 그런 사진에서 본인의 손이 등장하는 것은 객관성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몇 있습니다. 여행을 기록하는 사람이 여행의 당사자라는 점,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여행에서 버스표의 비중이 크다는 점 등입니다. 두 번째 부터는 여행포토스토리의 여러 원칙을 따랐습니다. 이번 여행의 행선지는 영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영덕을 상징하는 대상 중 하나인 대게의 형상을 차용한 등대사진을 두 번째로 내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3번은 저예산 여행이란 점에서 2,500짜리 국수를 보여줍니다. 그리곤 뚜벅 뚜벅 걸어가는 4번이 유용합니다. 5번과 6번이 이번 스토리의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5번에선 어떤 남자가 저울로 의자의 무게를 잽니다. 6번에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4륜구동차를 몰고 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둘 다 엉뚱해 보입니다. 깃발을 쫓아가는 여행에선 보기 힘들었을 장면입니다. 여행 전문 안내서에도 나오지 않을 사진입니다. 이런 사적인 여행에서만 가능한 에피소드입니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어느 날 또 5만원 들고 뚜벅 뚜벅 걸어가노라면 어떤 엉뚱한 장면이 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여행의 재미란 바로 저런 거 아닐까요? 7번에선 초콜릿을 든 손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생수병을 든 사진과 경합했으나 실제 상황이라면 초콜릿이 더 요긴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행은 짧거나 길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법, 8번에선 영덕의 <블루로드>를 인증하는 도장을 찍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9번에선 역시 영덕의 상징인 고래 조형물 앞의 여행자를 보여줍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짚어 보거나 다음 일정을 검토할 지도 모릅니다. 이 여행자는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과 서로 통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내일을 위해 숙소로 이동하는 장면입니다. 날은 어둡고 휴대폰의 액정엔 뭔가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동네의 찜질방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어둡다는 것은 오늘의 종료이며 불빛은 내일을 위한 희망입니다.
존 스타인벡이 쓴 <찰리와 함께한 여행-In search of America>를 보면 여행의 과정이 잘 묘사되어있습니다. 사진으로 풀어가는 여행 포토스토리도 그런 방식을 차용할 수 있습니다.
무릇 여행이라고 하자면 벌써 몇 달 전부터 여행계획을 세우고 목록을 점검하고 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이 포함되겠습니다. 마침내 떠나는 날의 두근거림과 함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 다음 과정부터 여행은 마음 가는 데로 눈가는 데로 발가는데로 이어집니다. 사진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있겠으니 그건 알아서 해야합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