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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에서>


 제주도의 하천들은 모두 수심이 얕거나 항상 메말라있다. 그러다보니 올챙이가 놀더라도 하천 주변에 고인 물에서만 놀게 된다. 하지만 메말라 있던 하천도 비가 올 때면 눈 깜짝할 사이에 범람해서는 주변 주택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하천 주변에 세워져 있던 차들을 몽땅 바다로 끌어가버린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제주도의 하천은 항상 턱을 높게 만든다. 어릴 적에는 그러한 높은 하천 재방을 위험하게 내려가서는 녹색 녹말들로 꽉 차여진 하천의 고인물에서 올챙이나 개아재비, 물땡땡이를 잡으면서 놀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범람하는 하천물에 죽을 뻔한 고비도 더러 있었다. 하루는 개아재비 한 마리가 얕은 물에서 쉬다가 나를 보고선 깊은 물로 긴 다리를 접영 하듯이 쑥쑥 헤엄쳐 들어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작겠다고 그놈이 들어간 깊은 물로 들어가는데 거의 나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수심 깊이였다. 해봐야 수심 일미터 정도지만 당시 나에게는 깊었던 모양이다. 근데 그놈을 찾으려고 옷도 안 벗고 급하게 들어왔더니 발밑에 흙이 내 발에 끌려 물속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손을 이리저리 휘저어가면서 개아재비를 찾고 있는데 어느새 수심이 내 목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뿔싸 불어나는 물에 깜짝 놀라서 물 밖으로 헤엄쳐 나가려 했더니 물쌀이 빨라져서 점점 깊은 곳으로만 가는 것이다. 용감한 친구놈이 불어나는 물 속으로 들어와서 나의 손을 잡아주고 두명이서 물살을 버티며 지탱하면서 나가서 다행이지 그 친구가 아이였다면 나는 아마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딱 한 곳 유별나게도 항상 수심이 깊고 비취색으로 빛이 나며 수심이 깊은 하천이 있다. 바로 용연이란 곳인데 이곳의 절경은 정말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멋진 곳이기도 한 곳이다. 기암절벽이 수직으로 높고 수심이 10미터 가량 깊은데도 그 밑이 훤히 다 보인다. 그곳에서 용감한 꼬맹이들은 다이빙하면서 놀기도 하는데 나는 당시 무서워서 그곳에서 놀지는 못했다. 참 겁이 많았던 녀석이다. 호기심은 많은데 다행이 겁이 많아서 사고를 당하진 않았나 보다. 그 용연이란 곳 풍경이 그리 멋있는 이유로 옛이야기에 용의 놀이터라는 얘기가 있다. 깊은 절벽과 투명한 물속을 유유자적 헤엄치며 노는 용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1950년대에 제주도에 4.3이라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당시에도 이 곳은 그토록 아름다운 곳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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