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삼성전자에서 해고를 당한 박종태 씨는 일주일에 3번, 수원 삼성전자 중앙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그의 시위는 즐겁다.
그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아이돌 노래,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는 뜨거운 뙤약볕에 인상을 찌뿌리고 가던 사람들의 기분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시위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에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가끔 터뜨리는 그의 너털 웃음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여느 시위처럼 어둡고 강한 분위기의 노래와 결의에 가득찬 함성이 들리지 않지만 그보다도 힘이 있다.
이왕 하는 시위, 즐겁게 하고 싶다는 박 씨는 자신이 정한 '어떻게 살 것인가'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거부 당한 '해고자'이다.
그의 차에는 항상 시위 때 사용하는 현수막과 피켓, 스피커 등이 실려있다. 원직복직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한지도 벌써 600여 일이 넘어
시위를 준비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그는 23년 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2008~2009년 삼성전자에 노조가 없던 시절 그 역할을 대신하던 '한가족 협의회' 위원으로 선출되어 노동자들의 입장을 사측에게 전했다. 그는 사원 대표로서 상사의 폭언 문제, 여직원 복지 문제, 소외된 동료들의 인사문제, 노동 인권 탄압 문제 등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 사측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이 후 박 씨는 면직과 정직, 왕따 근무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2011년 11월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지시 불이행을 사유로 해고 당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함을 주장하며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고 부당해고 무효 소송과 스트레스성 장애, 우울증으로 인한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진행했지만 그가 '예측했던 대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고 있다.
관심을 가져 달라고 소리 쳐봐도 자신의 이해관계과 얽혀있지 않은 한 눈길 한 번 던져 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적지만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실을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과 확신 하에 '그른 것은 그르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 그가 살아가고자 했던 그 방향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의 노모는 박 씨의 현 상황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길이 너무나도 힘들고 험한 길이기에 차마 늙으신 어머니께는 말씀드리질 못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선택한 길이 옳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흔들리지 않는다.
국내 최고 대기업, 아니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주목을 받고 종횡무진 하고 있는 삼성 그룹을 상대로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소위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당신이 정당하다는 것은 알겠으나 이 싸움에서 당신이 과연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냐고' 박 씨는 대답한다.
"계란은 살아 있는 반면, 바위는 죽어있다. 살아있는 계란은 진화하고 변화해 가지만 죽어있는 바위는 아무런 발전도 없다"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싸움을 해나가면 저 바위 같은 삼성도 언젠가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세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그는 시위를 이어나가기 위해 시간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보험설계사'를 택했다.
박 씨가 전하는 명함은 그래서 2개이다.
그의 시위는 '정당함'이 밝혀질 때 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형편은 조금 어려워졌을지라도 건강이 조금 악화됐을지라도 그가 가지고 있던 목표가 조금 멀어졌을지라도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 씨는 어느 때보다 헹복하다.
자신이 정한 '어떻게 사느냐'라는 삶의 길을 따라 걷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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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삼성전자에서 해고를 당한 박종태씨의 1인 시위를 포토스토리로 엮은 신하영은 이 작품이 완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 중간 쯤, 혹은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주인공인 박종태씨는 일주일에 3번, 수원 삼성전자 중앙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날짜로는 600일을 훌쩍 뛰어 넘었다. 보통의지로는 이런 대장정을 이어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신하영 학생도 수시로 스토리의 주인공 박씨와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앞으로의 변화를 기록해나가야 한다.
완전히 종결되는 스토리란 것은 없다. 모두가 사람,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다. 자작 자동차대회는 대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는 내용이며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인들이 시장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의 일부이다. 가습기 살균제도 마찬가지로 생명에 위협을 주는 환경을 극복하고 또 그런 제품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항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5만원 여행은 그중 가장 편하게 보이지만 그 역시 젊은이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준다.
이중 완전히 종결된 내용이란 것이 있을까? 자동차 대회는 내년에 또 열릴 것이다. 만약 뜻이 있다면 다음 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학생팀을 섭외하여 장기적으로 취재할 필요가 있다. 대회를 마치고 어떤 성적을 거둔다고 끝나는 것은 역시 아니다. 그 학생들 중 일부는 적성을 살려 유관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도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고기의 유통과정을 바다에서 부터 쫓아올 수도 있고 경매에 참가하는 상인들의 하루를 기록해도 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의 사례는 삼성전자 해고노동자 박씨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진행형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 사이에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커다란 좌절을 맛볼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추월하기도 하여 끝없이 뒤로 처질 수도 있다. 반면에 조금씩이나마 속도를 낸다면 한 명씩 따라 잡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피해자 가족의 꼬맹이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고 살균제 제조 업체에 대한 정부차원과 사회차원의 재조사와 대책마련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신하영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박씨는 기나긴 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 진행형이다. 잠깐만 주변을 둘러봐도 2012년 우리사회의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소외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박종태씨의 이야기는 언제 끝이 날 것인가. 또 그 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본인 한 명의 원직 복직이 이야기의 끝인가? 우리사회엔 제 2, 제 3의 해고노동자들이 줄을 서있다. 그러므로 신하영의 이번 작품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10장을 분석해보겠다.첫번째 사진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10장 중에서 어떤 것을 첫번째로 꺼내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위 열 장 중에서 10번 사진을 처음으로 꺼내도 좋다. 그 경우 힘들어 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삼선전자 해고노동자 박종태씨의 600일째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시작한다면 10번 사진으로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취재한 신하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씨는 장기전에 돌입했고 금방 지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의 1번사진이 적절하다고 봤다. "오늘도 자동차에서 시위 준비물을 꺼내는" 것이다.2번은 오로지 '607일째'라는 기록 때문에 필요한 사진이다. 말이 필요없다. 607일째다. 포토스토리에는 적당량의 글도 따르는 것이니 1인시위때 등장하는 피켓의 내용을 사진으로 모두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오른쪽 피켓처럼 스토리의 주인공 이름 정도가 보여지는 것은 좋다. 4, 5, 6번은 1인시위의 주체인 박씨와 주변 사람들(우리 사회)의 관계를 보여준다. 무심하기도 하고 부질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특히 6번은 절제된 사진이다. 악수하는 두 손 중 어느 손이 박씨의 것인지 밝힐 필요가 없다. 손만 잡아도 마음에 위안이 된다.7번은 약간의 캡션이 필요한 사진이지만 절절하다. 8번 사진은 더 높은 앵글과 망원렌즈가 있었으면 좋았다. 박씨 뒤로 보이는 삼성전자 건물 혹은 간판이 더 높게 보이면 이야기가 강조된다. 망원이 있으면 더 커지며 박씨의 얼굴 표정까지 보였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말풍선이 없어도 말을 한다. 9번은 좀 설명적이다.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이렇게라도 풀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가정 속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을지도 모르고 이야기가 신파로 빠지는 것이 싫었을 수도 있다.전반적으로 박씨의 마음가짐과 신하영의 포토스토리는 담담한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땀 닦으며 힘들어하는 10번 사진 정도가 박씨의 현재 자세다.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내일 또 보자는 의지가 보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연락의 끈을 놓지 말고 앞으로 박씨의 1인시위가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끝까지 따라가보길 권한다. 일상의 반복을 매주 관찰할 필요는 없다. 변화가 생길때 기록해두면 된다. 예컨데 찬 바람이 불고 눈이 온다면 사진의 내용은 외형에 따라 크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와 신하영 학생에게 이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안녕하세요 기자님!
오늘 처음으로 사진마을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 또 한 다양하고 저 관련 내용도 글 잘 보왔습니다
내용도 좋구요
참 이 내용 제 블로그에 오려도 될까요 기자님?
앞으로 종종 들리겠습니다.
파이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