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평택 안중종합고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후 3년지나 서울 용산구 삼각지 상명여고에 부임했다. 이듬해 1979년 담임을 맡아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때는 학생들의 인솔을 쉽게 하기 위해서 반 깃발을 만들고 반가를 짓게 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우리 반 아이들이 들고 있는 깃발이 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물고기 형상이다. 그것도 쏘가리가 아닌가. 왜 이런 반 깃발을 만들었냐고 물으니 선생님께서 평소 바른 말씀을 잘하시고 종종 정부를 비판하시니 선생님을 상징하여 만들었노라고 했다.

    당시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말기라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들의 원성과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막던 시절이었다. 정부의 부패상을 알면서도 유신정권하에서는 함부로 정부를 비판하면 고소 고발되어 경찰서로 끌러가던 시절이었다. 영어를 가르쳤던 나는 전공과목이외에도 틈나는 대로 학생들에게 해방 전후사며 4.19학생 혁명, 5.16군사쿠데타 등등 우리 역사와 정치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연유일까 학생들은 나를 쏘가리선생이라고 불렀고 동료 교사들도 때론 그렇게 부르곤 했다.

     쏘가리는 평소 맑은 물 나무그늘 밑 여유롭게 놀다가 먹이를 잡거나 위험을 느낄 때는 등위의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세워 상대방을 위협한다. 나라가 국민을 억압하고 교육현실이 어렵고 힘든 시절 바른 소리 하나로 교직을 이어온 내게 <쏘가리>라는 별명은 그렇게 나쁘게 들리지 않아 지금도 아이디를 ssogari로 쓰고 있다.

     쏘가리는 늘 쏘지만은 않는다.  민물매운탕 중에는 쏘가리 매운탕이 최고다.

다소 흠상궂고 잘 쏘아대는 쏘가리이지만 헌신하여 매운탕에 들어가면 그 구수한 맛에 술상의 막걸리가 남아나지 않는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강가에 나가 쏘가리 매운탕에 막걸리 한잔 해보면 쏘가리의 그 깊은 맛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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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

2019.07.05 17:21:23

송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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