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금산사로 넘어가는 모악산 서쪽 고갯길(712번 지방도의 독배마을)에 노란 봉투로 뒤덮여 있는 복숭아나무 한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 나무는 과수원 가운데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 울타리 안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도로 옆 비탈진 땅에서 외롭게 서 있습니다. 1월달 산 계곡을 휩쓸고 지나가는 삭풍에도 200여 개나 되는 노란 봉투가 그대로 매달려 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사연이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 사연을 추측해 봤습니다.

   한 사내가 몇 년의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감옥을 나서기 전에 고향의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띄웠어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마을 앞 참나무에 노란 리본 하나를 매달아 달라구요. 리본이 걸려있지 않으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겠다고 적어 보냈지요. 잘못은 자기에게 있기 때문에.

   이 여자 친구는 아직도 그 사내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늙은 참나무를 이미 잘라버렸지요. 여자 친구는 망설이지 않고 길가의 복숭아나무 열매마다 커다란 노란 봉투로 싸서 구불구불 올라오는 고갯길에서도 바로 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버스가 마을 앞에 도달할 즈음 사내는 눈을 감았습니다. 갑자기 차 안의 승객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사내는 차에서 내려 고향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추측해 본 이 사연은 미국의 한 팝송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Tony Orlando & Dawn1970년대에 노래한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에서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고갯길을 넘나드는 79번 시내버스 기사님에게 복숭아나무의 노란 봉투 사연을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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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2020.01.04 18:34:35

님 글을 보고 새해 아침에 웃었습니다

예전 FM음악 방송에서 유명 DJ들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죄수의 귀향과 사랑하는 여인의 러브스토리 사연 멘트가 생생합니다

지금의 세월호 등 희망 노란 리본 유래가 여기서 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복숭아 같은 과일이 달린 것에 봉지 씌우는 방법을 찾아보니 한 가지에 실한 것 몇 개만 남기고 모두 떼어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실하고 큰 과일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글 사진 퍼옴)

*웃자고 하는 글에 제가 너무 진지 모드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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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mhs

2020.01.04 23:13:54

김형호님의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어린 시절 산동네인 저의 집에 조그만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밤 사이에 떨어진 복숭아를 배터지게 먹었지만 배탈은 한번도 나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복숭아에 씌울 봉투를 만들고, 여름에는 복숭아 담을 나무상자 만들던 기억도 뚜렷합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복숭아나무를 보면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래서였는지 금산사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저 복숭아 나무를 보고 재미 있게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얼핏 들었던 'Tie a yellow ribbon'의 노랫말이 생각나서 빗대어 본 것이지요. 고향 가던 그 사내 마을이 다가오자 리본을 차마 확인할 수 없어서 버스 기사님에게 부탁했다지요. 이렇게 멋진 대목이 들어있으니 당시 이 노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가 봅니다. 아무튼 복숭아나무의 노란 봉투로 그런 노랫말을 상기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노란 리본의 의미는 김형호님의 설명이 맞습니다. 처음 원고에서는 그 의미를 ( ) 안에 넣어 설명했다가 이것저것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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