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면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만 눈이 내리는 까닭을 밝힌 윤동주의 <눈>입니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울까 봐
이불처럼 덮어주기 위해 내린답니다.
시를 읽으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며칠 전 변산반도 개암사의 응달진 돌담에서
눈 속에 파묻힌 덩굴나무 잎들을 만났는데요,
마치 하얀 눈을 이불 삼아 그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윤동주의 시에서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에 ‘덩굴나무 잎’도 넣어주면
눈 속의 잎들이 더욱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 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바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식물도 체온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