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스팔트길이 놓이지 않아서 메마른 도로를 버스 한 대가 지나가면 뿌연 흙먼지가 그 뒤를 좇던 시절, 전주의 서북쪽 끄트머리 논바닥에 공업단지가 들어섰습니다. 문화연필, 코카콜라, 백양메리야쓰(BYC) 기타 등등. 이들처럼 제법 알려진 회사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공장도 적지 않았겠지요? 그 공단이 들어선 지 딱 10년 되던 1979년 썬전자(훗날 쏘렉스로 개명함)도 이곳에 한 자리 차지하고서 당시로서는 첨단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원이 많을 때는 500여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쏘렉스가 입주한 지 딱 10년 되던 1989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그 시절 국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의 결실로 헌법이 바뀌었고,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몸부림이 뒤따르던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카세트테이프는 떠오르는 컴퓨터 환경에서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구요. 결국 이 회사는 이듬해 문을 닫았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한 세대가 흘러 우뚝 솟은 굴뚝 아래로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되어 있던 이 공장 터에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20183월부터 새로운 공장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 9(외국인 2명 포함)이 이곳에서 창작과 전시 활동을 하고, 어린 학생들이 여기에서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체험 활동도 제공하는 예술공장입니다. 그래서 가끔 앙증맞은 유치원생들의 견학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둘러보면 1970년대의 허름한 공장 건물과 거칠 것 없는 오늘날 작가들의 손길이 콜라보를 이루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킵니다. 입소문에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이곳은 팔복예술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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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

2020.06.29 11:37:30

전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봅니다. 다음엔 꼭 방문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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