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사진클리닉 조회수 2172 추천수 0 2005.01.14 00:00:00

"사실은 집생각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빠르게 흘러가는 검은 구름,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해가 집생각을 많이 나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돌아 왔습니다. ^^ 자꾸만 어두어져 가는데 바람은 멈출줄 모르고 좀 어렵더군요. 사진 기자님들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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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2005.01.14 00:00:00

"해가 넘어가는 이 시간대엔 노출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수동노출기능으로 찍다간 부족이 되기 쉽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리개 우선 혹은 셔터 우선으로 해두어야 일단 노출실패의 낭패는 피할 수 있습니다.
말씀 그대로 사진기자는 힘든 직업입니다.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따지고 들자면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좀 특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흔들린 사진과 초점이 나간 사진은 아주 싫어합니다. 기본중의 가장 기본이 초점맞추기라고 생각합니다. 초점이 안맞으면 지면에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거의 모든 경우에) 사진기자들은 핀혹은 핀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본어입니다. 각 분야에 침투한 일본어가 사진계에도 많이 들어와 있어서 초점이란 뜻의 용어를 핀트란 일본어로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늘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입에 붙어 있어 떼기가 어렵네요.
사진클리닉에선 한번도 핀트란 용어를 쓰는 실수를 한적이 없습니다만 대화에선 아직도 종종 핀이라고 한답니다.
다음으론 노출이 나간(맞지 않은) 사진을 아주 싫어합니다. 필름으로 찍어 암실에서 프린트해서 마감을 하던 시절의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노출이 안맞은 사진, 특히 노출이 과다된 것은 인화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 점에 있어 디지털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사진도 부족, 과다가 되면 포토샵을 하더라도 색감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노출이 안 맞은 사진을 아주 두려워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미가 없는 사진을 싫어합니다. 여기서 재미란 것은 유머러스한 측면을 뜻하진 않습니다. 요즘 모든 포털사이트에서 사진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고 거의 엽기, 유머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런 재미와는 내용이 좀 다른 재미를 말합니다.
복합적인 뜻을 담고 있어 간단히 말하기가 뭤하지만 그래도 다른 단어로 대체하자면 "새로운" 이란 뜻과 가장 유사할 것 같습니다. 재미가 없는 사진, 즉 새롭지 않은 사진은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이란 말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란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전에 나오지 않은 사진을 찍으려는 시도는 뉴스(News)생산자로서 사진기자의 숙명인가 봅니다.
님의 사진과 설명을 보다가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사실은 까닭이 있어서입니다. 사진을 찍다가 "자꾸만 어두워져가는" 이런 시간대가 되면 사진기자들은 스스로와 본능적 타협에 들어가게 됩니다.
노출이 떨어지게 되니 셔터스피드를 내려서 10분이라도 버터볼까?
아니다. 셔터스피드는 마지노선에 왔다. 조리개를 열어서 버티자.
아직 ISO에 여유가 있으니 800으로 옮겨서 시간 여유를 벌자
이제 갈때까지 갔다. 1/8초 이하의 스피드는 삼각대없인 못버틴다. 철수해야 하나?
이와 같은 고민을 분단위로 이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고민은 사진기자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진을 찍는 분들이면 누구나 할, 그런 선택입니다. 다만 사진기자들은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자동적으로 노출걱정을 하게 된다는 것일뿐입니다.

이 사진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래서 조리개는 유지하고 아예 셔터스피드를 더 내려 흔들리는 억새를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1/15초까지만 내려가면 흔들리는 억새가 잡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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