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서쪽의 만복대에서 흘러내린 한줄기 능선이 남원과 구례를 가르는 밤재를 지나 서남쪽으로 길게 뻗어나가고, 그 줄기와 지리산 본령 사이로 19번 국도가 지나갑니다. 그 길 따라 남원 쪽에서 밤재터널을 지나면 내리막길 오른편으로 구례군 산동면의 현천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3월의 산동면은 마을마다 계곡마다 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듭니다. 현천마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저도 일행과 함께 돌담길 따라 피어난 산수유 꽃에 취해 걸었습니다. 문득 대문도 없는 한 집안의 마당에 서있는 경운기 한 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열장 넘게 빨간색 [안전운전] 표지가 붙어있어서 눈에 띤 것이지요. 경운기 곁에서 할머니가 나물을 다듬고 있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사진을 보니 경운기가 자꾸만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래서 다시 현천마을을 찾았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나물을 다듬고 계셨지만, 경운기가 보이질 않네요. 할머니께 여쭈어보니 할아버지가 끌고 나갔는데 점심 때가 지나도록 돌아오시지 않는다고 걱정합니다. 연세가 많아 보이길래 농사짓기 어렵지 않은지 묻자 타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그만두라 하여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지만 산에서 나물을 채취해오기는 한답니다. 할머니께서는 거동이 불편하여 할아버지가 거두어온 나물을 다듬고 울타리에서 거두어 말린 산수유 열매 등을 소일거리 삼아 관광객들에게 조금씩 팔고 있답니다. 안채가 농촌의 집으로서는 보기 좋아서 관심을 보이자 할머니는 아드님이 지어주었다며 흐뭇해 하십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골목길로 연예인들이 지나갑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해부터 한 종편TV<자연스럽게>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는데 오늘이 그 날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 일행이 지나가면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카메라맨도 재빨리 카메라를 돌려 할머니를 담습니다. 아무튼 이야기 끝에 산수유 열매를 딸 무렵 일손이 없다 하기에 그때 아르바이트 삼아 찾아오겠다 하니 꼭 오라 하시네요. 벌써부터 가을 하늘 깊어질 때가 기다려집니다. 그때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발이 되는 경운기를 다시 볼 수 있겠지요. 돌아오면서 그 경운기가 언제까지나 안전하게 운행되며 두 분의 행복을 싣고 다니기를 소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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