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전설

렌즈로 본 세상 조회수 1139 추천수 0 2020.09.07 02:39:50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화첩(보물 제527) 속에 어부들이 고기 잡는 그림도 있습니다. 어살(魚箭) 안에 갇힌 물고기를 대광주리로 떠서 배에 옮겨 싣고 있는 풍속화이지요. 어살은, 고대로부터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을 이용한 고기잡이 방식으로서, 경사가 완만한 서해안의 갯벌 지대에서 주로 설치되었습니다. 어살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상당한 수입원이 되었기에 조선왕조실록에는 권세가들이 가난한 어부들의 어장을 침탈하는 폐단이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에야 어선의 발달과 인건비의 상승 등으로 인해서 전통적인 어살은 더 이상 실익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특별한 지역에서만 행해지거나 관광용으로 운영될 뿐인데요. 대부분의 바닷가에서 사라진 그 옛날의 어살 흔적이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의 송림리 해안가에는 마치 논밭을 구획한 것처럼 바다에 말뚝이 박혀 있습니다. 제 기능을 유지하려면 말뚝과 말뚝 사이를 나무 잔가지로 막아 어살 안에 들어왔던 물고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지만, 지금은 잔가지들이 사라지고 말뚝만 남아있는 것이지요.

  육지의 발부리까지 밀려왔던 바닷물이 천천히 물러나면서 어살의 말뚝들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이 소식이 파도의 속삭임으로 바다 널리 퍼져 나가자 갈매기들이 날아와 말뚝 위에 자리잡고 물이 더 빠지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오래 전 언제부터인가 물고기 사냥에는 번번이 허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매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까닭은 그들의 DNA 속에 수천 년 동안 내려오고 있는 전설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말뚝 울타리 안에 들어온 수많은 물고기들이 팔딱거리면서 갈매기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그 기억 말입니다. 멀리 높이 나르는 도요새가 한반도를 지나다가 이곳에 내려와 어장을 뒤져도 갈매기들은 무심히 물속을 응시할 뿐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바다의 전설을 추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DSC_1582.jpg


DSC_2491.jpg


DSC_2499.jpg


DSC_2503.jpg


DSC_2506.jpg


DSC_2510.jpg


DSC_2513.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