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소방서에서 서쪽 방향으로 대략 9km쯤 나가면 6km에 걸쳐 줄자를 대고 그어 만든 것처럼 반듯한 직선도로가 나타납니다. 광활면을 관통하는 702번 지방도로인데 지평선로라는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광활면(廣活面)에 들어서면 광활(廣闊)한 평야에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합니다. 호남평야의 중심지가 벽골제의 김제평야이고, 김제평야 중에서 야트막한 산조차 한 자락도 없는 곳은 광활면뿐입니다. 가을날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면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은 황홀한 풍요로움으로 젖어듭니다. 그럼 겨울에는? 이 겨울이 궁금했습니다.

   702번 도로에서 광활면’의 경계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을 만나면 들판의 풍경이 돌변합니다. 똑같은 모양의 비닐하우스가 바다를 이루고 있어요. 살짝 드러난 햇살에도 들판은 하얀 물비늘처럼 반짝이고, 그 가운데의 마을은 둥둥 떠있는 섬처럼 보입니다. 텅빈 농경지에 간간이 보리를 재배하는 1월의 들판에서 이와 같은 광경은 쉽게 볼 수 없기에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요. 이곳은 간척지의 토양이기 때문에 감자 재배에 적합해서 20여 년 전부터 벼농사가 끝난 후 겨울철 감자 농사를 지어왔답니다. 관청에서 주도한 것이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이 개척하고 일구어온 겨울 농사이고, 이제는 광활감자가 전국적으로 고유명사처럼 알려져 어엿한 축제도 열리고 있다지요.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련을 넘어왔고 지금도 힘든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설명해 주시는 박사님(그 지역에서 감자 재배의 선구자이자 명인이어서 붙여진 애칭임)의 표정이 뿌듯해 보입니다. , 밀폐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분무질 하는 분이 계시는데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농약을 치는 게 아니라 영양제를 뿌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듣다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노을이 조금 벌어진 구름 사이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밀레의 <만종>처럼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농사에는 수요와 공급의 곡선 속에서 그리고 기후나 병충해에 따라서 기쁨과 좌절이 교차하곤 하는데, 이 겨울 농부들의 땀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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