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변두리에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진행됩니다.
하찮았던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뒤이어 교회가 세워지고,
그 틈바구니에 상가 건물이 속속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뒷쪽으로 움푹 꺼져있던 밭은,
도시 건축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듯, 원룸 건물이 자리를 잡아갑니다.
지주는 흙을 부어 땅을 다지고 상하수도 시설을 연결한 후,
원룸 한 동이 완성되면 바로 옆에 또 한 동을 짓고,
다시 그 옆으로 원룸 공사를 이어갑니다.
그림자조차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건물을 잇대어 짓습니다.
거의 공식처럼 일이 진행됩니다.
이제 남은 한 뼘의 금싸라기 땅에, 지난 겨울 또 한 동의 원룸이 들어섰습니다.
그 옆에는 두어 동 더 지을 땅이 아직 남아있는데,
지주는 <농작물 금지> 팻말만 꽂아놓은 채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한 할머니가 호미 한 자루로 이 금싸라기 땅에 한 줄 이랑을 만들고,
옆으로 또 한 줄 씨를 뿌리고, 다시 그 옆에 새로운 이랑을 확장하였습니다.
이미 싹을 드러낸 채소밭에서 할머니가 부지런히 호미질을 합니다.
할머니의 호미질에 문학적 감성이나 경제적 계산이 담겨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할머니들에게 땅이란 그저 하늘같은 존재였지요.
놀려두면 안 되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