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한파가 수그러들던 날,
진안고원 산촌에 투명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더니
한들공소 하얀 십자가 위에서 눈부시게 부서집니다.
하여 굳이 찾아간 공소는 박제된 듯 고요합니다.
조명 없는 실내에서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강대상 앞에 네 자루의 초가 보입니다.
좁은 창문으로 들어온 희미한 빛에 반응하여 제각각의 색을 드러냅니다.
진보라색 – 연보라색 – 분홍색 – 흰색
아, 대림절을 기리는 상징이었습니다.
인적 없는 산골의 공소는 그 흔한 크리스마스트리조차 없이
나뭇가지로 만든 대림환 안의 초 하나로써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그 단출하고 정갈함은 기도드리는 이의 마음을 더 깊이 열어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