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날아온 눈송이들이 전주의 하늘에서 춤추는 듯 나풀거릴 때
서해안 따라서 산마을에는 폭설이 내리곤 합니다.
얼마 전 세밑 한파와 함께 내려진 대설경보 때 변산반도 내소사 경내에도
눈(眼)이 시리도록 새하얀 눈(雪) 세상이 펼쳐졌을 것입니다.
며칠 사이 그 눈이 녹아내렸지만 대설의 흔적들은 남아있었습니다.
대웅보전 앞마당 서쪽에 자리한 무설당(無說堂) 길쭉한 돌담 위에
하얀 눈으로 만들어진 만물상이 아직 그 형상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꼬마 눈사람, 강아지 형상, 불상, 설탑(雪塔) 등등
누구의 작품이었을까? 궁금하여 종무소로 문의하였더니,
새해 첫날 내소사를 찾은 분들이 하나 둘 올려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하나 둘이었겠지만,
뒤따른 사람들의 마음이 쌓여 하나의 설치미술이 되었습니다.
신자였든 탐방객이었든 간에 저마다 기도하는 마음을 그 형상 속에 담지 않았을까.
순백의 세상에서 정성으로 빚은 작품을 남겨두고 돌아간 사람들은
신축년 한 해를 맑은 마음으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