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옅은 구름 사이에서 붉게 물들어 갈 무렵
창백한 반달은 고창의 구시포항 위를 지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 달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습니다.
아직 푸른 기운 남아 있는 광대무변의 하늘을 지나고 있으니
갈 길은 멀고 의지할 데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항구를 지키고 있던 하얀 등대가 외로운 달을 맞이해요.
둘은 오랫동안 그렇게 만나고 의지했습니다.
구시포항의 하얀 등대가 있어서
마침내
정월의 대보름달도 한가위의 둥근 달도 제 날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