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의 마지막 날 무주의 덕유산 설천봉에서 눈 소식을 전할 때 남쪽 순창의 강천산 계곡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강천사 일주문 옆에 서있는 팥배나무의 붉은 열매는 빗물을 머금어 더욱 빨갛게 돋보였지요. 걷기 좋은 계곡길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맑아지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청아해집니다. 지난 가을 화려한 잎으로 사람들 시선을 끌었던 단풍나무가 맨 몸으로 비를 맞고 있네요. 드러난 나뭇가지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솝 비슷하게 소리가 들릴 듯해요. 오규원 시인이 개나리 울타리에서는 빗방울이 솝---솝 떨어진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빗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구장군폭포는 저 산모퉁이 돌아서 있기 때문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방해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하, 알았어요. 빗줄기가 너무 약해서 소리를 못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랑비는 그대로 나뭇가지에 묻어 방울방울 매달립니다. 그리고 빛망울로 반짝이고 있었지요. 무수히 많은 빛망울들이 힘을 합쳐서 봄기운을 모으는 듯합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꿩 대신 원앙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영롱한 빛망울을 두 눈 가득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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