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전주 한옥마을
작가노트: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전주로 향했다. 당시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어서 시험 끝나고 성균관 촬영지를 놀러가기로 한 것이다. 내심 우리가 갔을 때 연예인들이 있길 바랬는데, 바로 그 전날 촬영이 다 끝났다고 한다. TV속과는 너무나 다른 촬영지에 실망하며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주택 중 맥주캔을 꽃 같이 매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내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그것을 알아차리신 집 주인 할아버지께서 집 안에서 찍어야 더 잘 나온다며 대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선 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바카스와 요구르트 한병씩을 주셨다. 할아버지는 정말 오랜만에 말동무 할 사람을 만나셨는지 이야기의 꽃을 피우셨다. 보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손자 손녀들의 사진, 당신이 키우시는 화초들의 사진 등을 난생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 보여주셨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맥주캔도 당신이 직접 다 데코레이션 한것이라며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또 그 전날에 촬영이 있어 동방신기 팬들이 엄청 왔다갔는데, 학생들이 계속 땡볕에 앉아서 기다리니 불상해서 몇 십명에게 부채를 나눠줬는데, 다 버리고 갔다는 서운했던 마음도 보이셨다. 광주에서 전주까지 갔는데 아무런 추억을 남기지 못해 속상했던 우리에게 할아버지께서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겨주셨다. 전주를 떠나면서 나는 전주를 이렇게 묘사했다. '거미줄이 많고 할아버지가 있는 곳'. 어딜가나 똑같은, 너무 발전된 한국 그 어느곳 보다 전주가 가장 따뜻하다. 평생 잊지 못할 할아버지, 그리고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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