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문 작가 '강화~목포 해안선 기행'<2>충남

십리포 천리포 만리포…, 생명들이 꿈틀꿈틀
풍경도 넋을 잃은, 눈물 나게 이쁜 사람들도
 

사진작가 작업노트
서해의 두 번째 코스 충청도 편은 서해안의 백미입니다. 아름다운 해안과 다양한 삶의 풍경이 구석구석 녹아 있습니다. 여정은 서해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당진군에서 시작합니다. 새로운 산업단지로 탈바꿈한 당진·서산군을 지나면 서해안의 백미 중 백미, 태안군이 넓은 해안선을 자랑합니다. 길은 잠시 홍성바다를 지나, 머드팩으로 널리 알려진 보령군을 거쳐 서천군에서 금강을 만나면서 끝을 맺습니다.  신병문/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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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대교 일출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는 일은 설렘으로 가득한 길이었습니다. 십리포에서 만리포까지 그리고 몽산포해수욕장이 있는 태안반도와 안면도, 대천, 무창포 등등. 서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가 봤을 만한 해변과 포구가 즐비한 곳이죠.

여행은 서해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됩니다. 대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당진은 공장과 굴뚝입니다. 그곳에 한진항과 성구미포구가 숨어서 버티고 있습니다. 한진항에서 바라보는 서해대교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장관입니다. 서해대교 위로 낮게 깔려 있던 구름을 비집고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오렌지빛 부챗살처럼 대교를 내리 비춥니다. 마치 영화<십계>의 포스터를 보는 기분입니다. 

 

서해대교 일출, ‘십계’ 떠오르게
 
당진 바다에서 잡힌 고기는 주로 성구미항으로 들어옵니다. 이곳에는 특이한 풍경이 있습니다. 포구 옆에 물고기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마치 꽃처럼 보여 어화라고 이름 붙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이곳도 멀지 않아 현대제철 확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길은 장고항, 용무지포구, 왜목항 등 해안 길을 따라가며 만납니다. 하얀 증기를 내 뿜는 열병합발전소의 굴뚝만 눈에 뜨이지 않는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나마 공업도시 당진에 이만한 포구들이 아름답게 남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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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성구미항,물고기말림

 

대호방조제를 건너면서 서산의 바다인 삼길포항을 만납니다. 서산의 바다는 삼길포항을 빼면 가볼 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태안반도와 함께 품고 있는 가로림만은 드넓은 갯벌 천지입니다. 만조 때도 수심이 얕아 뱃길이 수월치가 않고 모래사장이 없으니 해수욕장 또한 귀합니다. 서산의 바다에 태안반도가 북서방향으로 치고 올라와 주인행세를 하기 때문입니다. 서산시 대산읍 독곳리 땅 끝에서 태안군 이원면 내리 땅 끝까지, 불과 2.5km만 제방을 쌓으면 가로림만의 갯벌은 없어지고 엄청난 땅이 생길 텐데 개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둔 것이 자못 신기합니다. 그래서 천만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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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군,삼길포항,바다위 횟집

 

 

 

딱 열 명이 숨어서 즐길 수 곳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만을 따라 지곡면과 팔봉면을 지나며 가로림만의 갯벌을 눈으로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합니다. 젖은 갯벌은 햇살이 잘게 부서졌다가 다시 뭉치고 낮은 곳만을 파고 흐르는 물을 따라 갯고랑은 실핏줄이 되고 갈매기, 뻘게, 낙지, 바지락, 갯지렁이 등이 또 그 고랑을 따라 꿈틀거립니다. 태안반도에 들어서도 가로림만은 우리를 따라오고, 우린 반도의 끝까지 가 봅니다. 그곳에는 만대항이 있습니다. 겨울이 가까울 무렵의 평일에 찾아간 만대항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물 빠진 갯벌에서 뻘낙지를 캐는 아저씨 한 분이 질척한 갯벌에 삽질을 하고 그 주변엔 혹 얻어먹을 것 없나 갈매기 몇 마리가 그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입니다. 어부지리의 해석이 묘해지는 순간입니다.

태안군은 서해안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을 품고 있습니다. 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곳만 해도 알 만한 곳이 29곳이며, 그밖에 이름 없는 작은 모래사장까지 포함하면 배는 더 많을 것입니다. 태안반도의 북쪽은 가로림만의 갯벌이지만 나머지 해안은 대부분 모래사장이거나 송림이거나 절벽입니다. 어떤 모래사장은 딱 열 명이 숨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곳을 찾아간 날은 맑았고 파도와 바람은 적당했으며, 푸른 바다에 포말로 일어서는 파도는 햇빛을 받아 찬란했습니다. 단언컨대 태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거기 있습니다. 이름도 아름다운 구름포 해수욕장도 그곳에 있습니다. 절벽 위를 지나는 길가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젊은 부부가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트럭운전을 하는 남자가 오전에 일 때문에 지나가다 보고 풍경에 반해, 아내에게 꼭 보여 주고 싶어 열 일 제치고 다시 왔다고 합니다. 경치보다 더 눈물 나게 이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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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그물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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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 도비도 휴양지 갯벌체험

 

 

 

세모국을 먹어보지 못했다면
 
우리는 근흥면의 신진도항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합니다. 다리가 생기면서 육지와 다름없는 섬에 태안의 가장 큰 어항이 된 신진도항은 항상 붐빈다고 합니다. 정박해 있는 어선과 건너편의 교마도가 황혼에 물들면 호흡이 멎을 듯 한 감동에 빠지게 됩니다. 교마도에서 태어나 신진도로 시집온 해녀 한 분이 앞바다에서 물질하다 우연히 주운 접시 몇 개가 수백 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고, 그로 인해 발굴된 유물이 수 만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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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신진도항,줄타는선원

 

 

태안의 수많은 백사장과 포구를 지나고 천수만 간척지를 지나면 홍성군의 바다를 보게 되는데 태안의 바다와는 달리 해안선이 단조롭습니다. 하지만 좀 더 남하해 보령의 바다에 이르면 다시 풍경은 바뀝니다. 특히 오천항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어항으로 오천성에서 바라보는 쪽빛 푸른 바다에 떠 있는 하얀 선박들, 풍경이 가히 일품입니다. 오천항은 키조개가 유명하지만 세모국을 먹어 보지 않고는 오천항의 맛을 느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세모국은 이곳에서만 난다는 가시리라는 해조류에 생굴을 넣고 끓인 국으로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해주며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줍니다.

 

충청남도의 바다는 서천군의 장항항이 전북의 군산항과 마주보면서 마무리 되는데 토사매몰, 노후화된 기반시설 등의 문제로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사실 금강 하구언 둑이 생겨 물길이 바뀌면서 장항항의 몰락은 시작되었습니다. 국철 장항선의 종착지였기에 장항항의 물동량은 철길과 이어져 내륙과 바다로 들고 날 수 있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것이 사라지고 잊혀 가듯 장항항도, 장항선도 추억 속에 더 큰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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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왜목마을일몰


 

 

이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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