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문 작가 '강화~목포 해안선 기행'<1>

바다이면서 강인 강화 염하, 한반도 역사가 흐르고
소래포구에는 뭇생명들이 진홍색 안개 속 선잠 깨
 

한겨레는 지난해말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뉴칼레도니아, 안동, 제주, 호주로 이어진 4차례의 포토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연말 최종결선심사를 진행했고, 이강훈(최우수상), 신병문, 류정호(이상 우수상)의 3명의 수상자를 뽑았습니다. 한겨레는 이들 3 작가에 활동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올 한해 이들의 작업 소개할 예정입니다. 첫 회는 수상자 3명 중 우수상을 받은 신병문 작가의 ‘강화~목포 해안선 기행’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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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 초지대교의 갯벌

 

 

90년대 경기도의 모든 바다는 철망으로 된 높은 울타리 위에 다시 나선형으로 감겨 길게 이어지는 가시철망이 바다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닷물에 손을 적시거나 갯벌에서 바지락 한 개라도 건드려보기 위해서는 당국에 신고하고 신원조회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웠죠. 바지락과 갯벌이 국가 기밀에 속하는 것이기라도 하는 듯. 해안선 기행의 출발지인 강화도를 비롯해 곳곳에서 그런 흔적은 여전히 해안선에 상처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한강-임진강 만나 통한의 눈물
 
강화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염하를 건넙니다. 바다이기도 하면서 강이기도 한 염하는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흐르는 물입니다. 밀물 때의 최대 유속은 초당 3.5m로 엄청나게 빠릅니다. 고려시대 때부터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자 외세를 막는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강화도는 수도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광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화도에 비무장지대(NLL)가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이곳에는 해안경비대의 주둔지와 초소 격인 진과 돈대가 70개 가까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해병대에 의해 초소로 운영되고 있으며 민간인통제구역입니다.

월곳돈대 안에 있는 연미정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연미정 앞마을 월곳리에서 보면 작은 들판 건너, 철책도 건너고, 조강을 건너 북녘 땅이 보입니다. 마을 할아버지가 주신 홍시를 먹으면서 저 멀리 아득한 북한 땅을 바라봅니다. 그곳 아이들이 빨아 먹는 홍시와 우리의 홍시 맛이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지만 마음은 아득합니다.

때마침 썰물이라 조강은 시커먼 개펄을 할퀴며 서해로 흘러듭니다. 태백산에서 발원한 물이 한강이 되고, 함남 마식령에서 발원한 물이 휴전선 철책을 따라 내려 임진강이 되어 여기서 만나 조강이 되었습니다.
지금 내 발 아래서 쿨럭이고 뒤집어지는 거대한 물은 누천년의 한을 게워내는 듯합니다. 어쩌면 반 토막 난 한반도의 각각에서 발원한 물과 흙과 모래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고 뒹구는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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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초지대교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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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연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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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하리,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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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전등사

 

 

새우젓통 새우보다 더 붐벼
 
소래포구는 주말이면 어시장에 진열된 생선보다 혹은 새우젓통 안의 새우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호객 소리, 빵빵거리는 소리, 더 달라는 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등으로 소란해집니다.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는 갯벌에 묻히고 맙니다. 석양은 모텔과 아파트 군단에 밀려 먼 바다와 그 위의 하늘만 물들이다 지곤 합니다.

하지만 새벽에 찾아간 소래포구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을 거슬러 뒤편으로 가면 내륙으로 파고든 포구를 볼 수 있는 데 많은 어선들이 갯고랑 가의 둔덕 위로 끌어올려진 채 아침을 맞이하고 선잠 깬 갈매기들도 서서히 부산을 떱니다.

동북쪽으로 멀리 소래해양생태공원의 전경이 안개 속에 보일 듯 말듯 잠겨 있습니다. 이곳이 소래의 숨겨진 비경입니다. 언덕에 올라앉은 작은 어선들과 그 주변, 갯고랑을 따라 분주한 갈매기, 튀어 오르는 숭어새끼, 원앙, 청둥오리, 소곤대는 작은 게들이 파놓은 구멍들이 칠면초가 아침햇살을 받아 발산하는 진홍색 안개구름에 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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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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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습지공원의 칠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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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포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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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소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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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소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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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소래포구

 

손때 탈수록 더 멀어지는 바다
 
화성군 서신면의 면소재지에서 309번도로를 따라 남하하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외딴 바닷가 마을 백미리가 있습니다. 해산물의 종류가 많고 그 맛 또한 백미라 하여 백미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천연 굴이 많이 난다고 하여 굴섬, 지형이 뱀의 꼬리를 닮았다고 밸미라 이름 지어진 마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바다가 변했습니다. 인위적인 것이 더해질수록 바다는 멀어집니다.

309번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만나는 궁평항은 궁(국가)에서 관리하는 땅이 많은 지역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결국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뜻인데 깊이 생각해 보면 궁평의 선조들은 조정의 시달림을 많이 받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됩니다. 바다가 더 이상 넘보지 못하는 곳에서 육지는 출발합니다. 해안선! 시작과 끝의 중심. 농부와 어부도 여기서 갈리고 문화와 역사도 여기서 갈리지만 모든 삶은 여기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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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시,탄도항,풍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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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흥대교,낚지잡이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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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남양만,LNG가스설비

 

 

이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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