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실상사에서 2
다리 불편한 노스님
겨울 풍경과 하나 되어
원근법의 소실점 속으로
겨울의 실상 속으로....
동이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
구자불성(狗子佛性) 화두를 들고
겨울 실상사 삼층탑 아래
목하 참선 수행중...
석탑은 땅과 하늘을 이어주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을 땅에 뿌려주고
그 별빛들은 못다 핀 꽃들의 영혼응 위해
밤새 여리게 아리게 땅에서 반짝이고.. *
어느 것 하나도 혼자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어느 것 하나도 그대로 오래 가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은 없는 가운데서 서로 이어져서
한 슬픔은 모두의 슬픔이라고
용수보살의 속삭임 알듯모를듯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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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30일 저녁, 1000일의 약속을 다짐한 남녀노소 300여명의 기도단이 지리산 실상사에 모였다. 세월호 지리산천일기도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지리산 1000일 기도 입재식’에 동참하는 자발적 발걸음이었다. ... 실상사 목탑지엔 작은 태양광등이 하얀 고깔을 쓰고 있었다. 기도단은 하얀 고깔을 쓴 모습에 마음이 더 시리다고 아파했다. 기도단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깔을 벗겼고, 불빛이 드러나자 여기저기서 울음을 삼켰다. 희생자 304명을 기리며 1000일 동안 지리산을 밝힐 304개 추모의 등이었다."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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