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수녀님, 아일랜드 골웨이 온라인 사진전]
미국동부캐나다 관구(Salesian Sisters of Saint John Bosco)로 부임하신 박현주 세실리아 수녀님(빵수녀님)이 지난해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골웨이(Galway)에서 찍은 사진과 본인이 직접 쓰신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대여
난 참 멋진 인생을 살았어요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내 인생을 말이죠
모든 계절은 참으로
풍요로웠어요
들꽃보다 화려한 빛깔의 사연들이
인생을 굽이굽이 수놓았고
밤하늘의 별들만큼이나
아름다운 만남도 있었죠
더 할 수 없이
사랑도 받았고
가슴 아린 사랑도
해 보았어요
때로는 방랑자처럼
낯선 길을 유랑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여행의
환희도 즐겼고
모험과 설레임 가득한
꿈들을 꾸며
그 선한 꿈들이 이뤄지는
기적도 보았죠
그대여
난 정말 멋진 인생을 살았어요
미움받은 기억보다
사랑받은 기억이 훨씬 많아요
홀로 서기 힘든 날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죠
작은 내가 받은 선물이 많아
내 곳간엔 언제나 나눌 것이 있었죠
외로울 땐 외로움을 잊으라고
음악을 주셨고
그리울 땐 그리움을 견디라고
시를 쓰게 하셨어요
새벽이슬처럼
눈 뜨면 몽글몽글 맺히는
옛 기억들을
저녁 바람에 후욱 불어 날리고
머지않은 종착역에서 만날
고운 얼굴들 그리며
평온히 잠들 수 있으니
그대여
정말이지 난 멋진 인생을 살았어요.
때론 등을 휘고 누워
목놓아 울고
때론 하늘 끝에 닿도록
웃음소릴 날리며
노래하고
춤추고
걷고
기도하며
여기까지 먼길을 온 나는
이렇게 내 인생을 살았어요
이 멋진 인생에 당신도 있었죠
그 자리에
한결같이
그러니 이제 내겐
더 바랄 것이 없답니다
이 멋진 인생이 저 노을처럼
저문다 해도
글 사진/박현주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