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버드나무가 꽤 굵었다. 밑동 직경이 1m 정도 되었다. 굵기로 보면 몇 백 년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길고 짧은 건 재봐야 안다고 나이테를 세보니 50하고 몇 줄 더 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1960년대 중반쯤부터 자랐다는 것이다. 물가라서 잘 자란 것 같았다. 잘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고. 토양 척박한 산에서 소나무가 이 정도 굵기가 되려면 진짜 몇 백 년 걸릴 것이다.
역시 도심 하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벌목작업이었다. 생각보다 수령은 적었지만 그 굵기 때문에 벌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천의 축대 바로 위에 있는 나무라서 축대도 손질해야 하는 정비사업 임을 생각해보면 안 벨 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천을 정비하면서 새로 조성될 산책로와 나무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굵은 나무를 그루 뜨고 가지들을 자르는 일은 아무래도 더 긴장되고 힘들다. 그냥 나무 그늘 아래서 편하게 쉴 때는 운치도 좀 느껴지고 시원하고 하여튼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밑동을 자르기 위해 그 아래서 톱을 들고 허리를 숙이면 어쩐지 느껴지는 위압감 때문에 긴장 안 할 수가 없다.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긴장 하지 않는 듯 보이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