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 나제통문
석모산 자락 한 켠에 자리 잡은 작은 굴.
그곳에도 바위가 있다.
헌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 있는 건 바위만이 아니다.
바위처럼 교묘히 모습을 감춘,
콘크리트 구조물이 섞여 있다.
마치 자신이 바위인 줄 아는, 바위이길 바라는 인공의 것들.
단단한 인공물과 자연의 바위가 한 데 섞인 이곳에 가만히 서 있노라면
무엇을 보고 바위라 느끼고
무엇을 보고 인공이라 느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게다가 심지어,
때로는 단단한 콘크리트가 더 위엄있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와 ‘가짜’ 사이의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킨다.
바위가 되길 바라는,
바위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그 무엇들을,
바위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말없이. 그저. 가만히.
바위는 조용히 기다린다.
아무나 바위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