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필요할 때
한 현장 일이 끝나고 다시 일을 물색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세 곳에 일이 있다고 한다.
삭벌작업인 한 곳은 열흘 정도 후에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작업량은 3명이 열흘 정도 일할 수 있는 면적이고, 객지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일당은 보통 수준이고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일 끝나면 바로 계산해준다.
다른 한 곳은 봄철 조림지 풀베기, 나무심기, 표시대세우기 등의 작업으로 일당 단가가 비교적 싸지만 노동강도는 비교적 세지 않다. 객지이고 일의 양은 열흘 내외. 일 시작은 사오일 정도 후부터. 여기는 일을 마친 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후에 돈을 받을 수 있다.
남은 한 곳도 역시 객지, 삭벌작업, 이곳은 현재 3명이 일을 시작해 일주일 정도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한 사람 더 합류시키려고 한단다. 합류한 사람 포함한 4명이 앞으로 2주 정도는 더 해야 한다고 한다. 당장 합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은 나눠 먹기. 노동강도는 제일 셀 것이다. 나눠 먹기 방식이니 일 마친 후에야 각자에게 돌아갈 액수가 결정될 것이다.
어디로 가야하나, 이후 그 다음일이 곧 이어질 수 있는지, 어떤 현장의 사람들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돈은 제 때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생각이 필요하다. 결국 내 생각대로 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생각을 안 할 수도 없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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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관행, 관성이 도움을 주기도 하더군요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