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비둘기낭
밖에서 보기엔 그저 아담한 숲이었는데
나무 사이를 걸어 들어가니 단순하지만 명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산이 갈라진 듯 협곡이 있고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가 있다.
절벽을 따라 수만 개의 현무암 절리들은 하늘과 땅으로 뻗어있고
검고 붉은 현무암 특유의 색 위로 빨갛고 노랗게 단풍이 앉았다.
그야말로 반전이다. 마치 비밀의 화원을 보는 것 같다.
협곡의 끝자락에 아담한 폭포가 있다.
물줄기 뒤로는 아담한 동굴이 있고 아래 고인 물은 에메랄드빛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등장해서 화면으로는 제법 익숙했지만
직접 맞닥뜨리는 눈앞의 풍경은 감탄스럽다.
비둘기가 집을 짓던 낭떠러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비둘기낭’.
하지만 벼랑의 느낌보다는 비둘기 품속처럼 포근하다.
한탄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평강군이다.
물은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연천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모두 알고 있듯, 철원과 연천은 전쟁이 치열했던 곳이다.
이곳 비둘기낭 폭포도 군인들이 몸을 숨기던 곳이라 한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이곳에 얽혀있을까.
만년의 시간을 간직한 바위들, 그리고 사람들.
비교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인류의 역사도 이곳에 덧씌워져 가는 중이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