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
숲길에 조금 들어섰을 뿐인데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였다.
바닷속 해초와 암석들처럼
무성하게 자란 풀들과 제멋대로 뻗어있는 나무들이 가득하다.
깊은 나무의 바다 같다.
밖에서 전해지는 건 바람소리뿐이고
물결이 일렁이듯 빛이 나무를 흔든다.
곶자왈은 제주 말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이나 바위를 뜻하는 ‘자왈’이 합쳐졌다.
말 그대로 돌 위에 만들어진 숲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 지역에만 특정되는 이름은 아니다.
용암의 종류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제주도 여러 곳에 다양하게 분포한다.
화산 활동 이후 생겨나고 떠밀려온 현무암 덩이 위에 세워진 숲이라,
농사도 짓지 못하는 불모지로 인식됐었지만, 오히려 이로운 점이 많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을 땅으로 흡수해 지하수를 저장하고
때때로 보이는 습지는 동물들의 목을 축여주는 반가운 샘 역할을 해준다.
속이 부풀어 오른 튜물러스 지형은 다른 곳보다 높아 전망대로 쓰이거나 제단이 올려졌고
추위를 피할 동굴도 군데군데서 발견됐다.
사실,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숲과 바위의 조화였던 것이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