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고성 상족암
동굴이라 부르기엔 초라한 바위구멍.
몇 발자국이면 족하지만, 그 안은 어떤 거대한 동굴보다 고요하다.
겨울바람 소리도 사라질 만큼 침묵이 감도는 곳.
소리가 사라진 곳은 빛이 차지했다.
바위 사이를 파고드는 여명으로 좁은 공간에는 온기마저 감돌고
파도에 반짝이는 빛들은 바위 결을 생생하게 비춘다.
바위 속은 마치 자연의 거대한 베틀을 보는 듯하다.
씨줄이 날줄에 교차하며 옷감이 짜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위 결은 수직과 수평으로 향한다.
그렇게,
고단하고 지루했을 수억 번의 베틀질을 거쳐 하나의 바위가 세워졌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