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 밤.
날카롭게 반짝이는 눈부심도 없고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붉은색도 어둠에 묻혔다.
파도는 바위를 쓰다듬듯 잔잔한 물결로 어루만지고
달빛과 별빛은 바위가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고요하게 내리쬔다.
바위의 실루엣 틈에서 들리는 소리는?
태양 아래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해초와 바위 사이를 오가는 파도 소리,
젖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조그만 바위들이 부딪히는 소리.
시야에 가려있던 세미한 소리를 어둠이 걸러준다.
한낮의 분주함이 쉴새없는 행진곡 같다면
한밤의 고요함은 차분하면서도 은근한 서곡 같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한 악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