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을 언덕배기나 사찰 입구에서 돌이나 나무로 만든 장승을 볼 수 있습니다.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답니다. 순천 선암사에도 그 유명한 무지개다리(虹蜺橋)에 다다르기 직전 낡은 목장승 하나가 서 있습니다. 일행으로부터 뒤쳐진 지라 서두르면서 무심코 장승을 지나치는데 한 여자 아이가 그 장승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공손히 절을 합니다. 다른 친구는 장승 밑에 올려놓을 돌을 줍고 있구요. 어깨에 매달린 카메라는 이런 장면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아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였으니, ‘나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쳐 주세요’ 라고 기도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장승의 의미를 학교에서 배웠을까 아니면 어른들의 행위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일까? 사진을 찍을 때는 이런 궁금증을 가질 여유도 없었습니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한 양해도 구하고, 장승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도 묻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소박한 소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