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포토워크샵 - 연천 지질 및 역사 탐방 기행


늘 기차처럼 지나가 버리는 가을은 그 짧음에 비해 긴 여운으로 항상 나를 흔들곤 했다. 대책 없는 충동 같은 것에 휩쓸리곤 했다.
 연천도, 지질도, 역사탐방도 사실 내겐 관심 밖의 언어들이었지만 인간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많은 것들로부터 도망치듯 그렇게 연천으로 갔다. 내게 연천은 사진워크숍을 선택하기 이전엔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낮 12시쯤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박물관 내부는 주최 측의 사정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가을빛이 쏟아지듯 내리는 야외 공원의 풍경은 충분히 나를 설레게 했다. 풍경을 받고, 풍경을 보내는 그 언저리에서 내가 찾는 한순간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감각을 곤두세우고 걸었다. 정수리에서 햇볕 냄새 풀풀 날 것 같은 아이들은 마치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라는 꽃과 나비처럼 가을빛으로 물든 잔디 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는 가족들의 한때를 네안데르탈인으로 보이는 조형물들이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재밌고 우스웠으나 금세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시대를 활개쳤던 그들의 부재가 곧 우리의 운명이고 나의 운명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조형물 너머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큰 웃음소리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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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재인폭포로 이동했다.
 
 재인폭포는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오래전부터 명승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북쪽에 있는 지장봉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하천이 높이 약 18m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이 폭포는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검은 주상절리(절벽) 속에서 조화의 양식으로 아름다울 수 있었다. 다만, 오랜 장마로 인해 검은 주상절리가 누런 흙먼지를 머금고 있었기에 그 진 면목을 볼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망설이며 셔터를 눌러야 했다. 연천군은 재인폭포의 경관을 활용한 공원 조성과 지질 학습 교육장으로 활용하여 연천군의 대표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늘 그랬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세우기도 한다. 인간이 또 그 무언가를 기어코 세우고야 말겠다면 나는 이 폭포가 연천의 수많은 사람을 살려내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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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는 숭의전으로 향했다.
 
 임진강 벼랑 끝에 웅크린 듯 자리 잡은 숭의전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다. 1397년(태조 6)에 태조의 명으로 묘(廟)를 세우고, 1399년(정종 1)에는 고려 태조와 혜종·성종·현종·문종·원종(충경왕)·충렬왕·공민왕의 7 왕을 제사 지내고, 문종은 이곳을 ‘숭의전’이라 이름 짓고, 이와 함께 고려조의 충신 정몽주 외 15인을 제사 지내도록 하였으며, 고려 왕족의 후손들로 하여금 이곳을 관리하게 하였다. 주차장에서 숭의전으로 통하는 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온통 가을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길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기에 민들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아서 서둘러 걷게 되는 그런 길이었다. 서에서 동으로 놓여있는 숭의전 건물은 고려왕조 500년을 기리는 사당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작고 남루하게 엎드려 있었다. 태조 왕건의 위패에는 방명록도, 심지어 향로조차 놓여있지 않았다. 재인폭포와는 다르게 이곳을 찾는 사람도 적어 보였다. 재인폭포의 시간이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발전해온 시간이라면 숭의전의 시간은 홀로 풍화되어온 단순한 시간의 경과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고독하고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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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인 ‘동이리 주상절리’로 이동했다.

 용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주상절리였다. 인간은 자연의 흔적을 기어코 인간의 언어로 해독해 내었고 그것들을 해설사들은 우리에게 열심히 전달하고 있었다. 주상절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공존하고 있었다. 과거의 흔적, 현재의 바위이면서 계속해서 변모해갈 미래가 있었다. 그 옆에는 임진강이 물에 비친 적벽과 함께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도 저처럼 굽이쳐 흐르는 삶의 무게와 충동들을 지금처럼 이렇게 태연히 내려다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연천에서의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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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의 스카이라인은 각지지 않았고 문명이 만들어낸 것들이 부대끼는 비명소리도 없었다.
이번 사진워크숍 덕분에 카메라의 프레임 가득히 가을을 담았고, 충분히 마음을 기대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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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처음으로 동행한 사진마을 워크숍이었는데 여러모로 배려해주신 곽윤섭 스승님과 선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거듭 전합니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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