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이 무렵에는 거의 매일같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면서 앞으로 해마다 이러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작년 37일의 일기에는 오랫동안 미세먼지가 심했었는데 모처럼 북동풍의 찬바람이 불면서 저녁 무렵부터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라는 짧은 메모가 남아있군요. 벌써 까마득한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니 올해는 미세먼지 상황이 나아졌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지금 두달째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도 내년에는 먼 과거 속의 일처럼 여겨질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이 코로나19의 공격으로 우리 생활 속의 계획들이 번번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의 꽃축제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당장 이번 주말부터 예정되었던 광양의 매화마을 축제도 취소되었다는 뉴스가 보입니다. 지난해 314, 미세먼지가 조금 수그러들자 무작정 매화마을로 가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그 뉴스에 오버랩됩니다.

   그땐 약간 들뜬 기분으로 내비게이션에 매화마을을 입력하고 출발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례에서 빠져나가질 않고 순천 쪽으로 안내하더니 광양시에 접어들자 의외의 인터체인지에서 나가도록 권합니다. 어디로 보내려 하는지 확인해보자는 심산으로 안내를 따라 좁은 길 이리저리 지나 도착한 곳은 매화마을○○아파트였습니다. 실수한 덕분에 광양시내를 처음 들어와 중심도로를 누비고 광양제철소가 있는 해안도로까지 달렸던 그 기억이 즐겁습니다.

   진짜 매화마을에는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전화위복이라 할까, 다시 보기 힘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좌판을 벌이고 있던 사진사 아저씨가 매화 만발한 비탈길에서 아이 손님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이라면 으레 아빠가 찍어주었을 것인데, ‘아빠진사는 출근했을 것이기에 아마도 할머니가 권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낯선 일에 개구쟁이 아이들일지라도 경직되고 말았습니다. 엄마와 할머니가 재빨리 나서서 상황을 바꾸어보려고 했지만 성공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 뚱한 표정의 사진을 보면서 미세먼지 잠깐 비낀 날의 매화마을을 오래도록 추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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