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33
자연상태의 새를 관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행위를 탐조라고 부른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버드 워칭’이란 용어가 생긴 것은 20세기 초다. 탐조를 하는 사람들을 ‘버더’라고 부르며 망원경과 수첩, 조류도감 정도를 휴대한다. 유럽과 미국에선 골프와 테니스에 버금가는 고상한 취미로 자리 잡았는데 보고 관찰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전부일 뿐 좀처럼 카메라를 들진 않는다고 한다.
딱 1년 전 이맘때 DDP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있길래 잠시 기웃거려보았다. 어림잡아도 수 백 명이 저마다 손에 카메라나 카메라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설마 폼으로 스마트폰을 들진 않았으리라)를 들고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빈손으로 서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저 무리 속에선 빈손으로 서있으면 안된다는 드레스코드가 있는 것 같다는 판단을 했고 거기 모인 군중 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도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나도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음을 주변인들에게 보여줬다. 그들은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이내 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도대체 (그들이 카메라를 들고) 뭘 기다리고 있는지 나도 무턱대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 분인가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내 쪽에선 잘 보이지도 않는 오른쪽 저 멀리서 연예인 승합차가 섰고 인기척이 났다. 누군가가 내렸다. 어차피 이쪽으로 걸어올 것이므로 굳이 옆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비비고 들어갈 일이 없었다. 여유 있고 우아하게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니 연예인인 모양이라 생각하는데 주변에선 탄성이 자자했다. 부러움과 놀라움의 목소리였다. 다들 셔터를 누르길래 나만 안 누르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장 눌렀다. 지나간 다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것도 모르시냐는) 불쾌함과 연민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녀시대 서현”이라고 했다. 2019년 3월
글ㆍ사진 곽윤섭 선임기자